소년메이드 10
오토타치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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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재미있게 본 만화 <소년 메이드>가 드디어 10권으로 끝이 났다. 처음에 <소년 메이드>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는 '소녀들을 메이드로 만드는 것으로 모자라 소년들까지!'라고 멋대로 생각해 분노했는데, 막상 만화를 보니 이보다 더 청정할 수 없는 '가족+감동+힐링 만화'였다. 부디 제목만 보고 이 만화를 패스하는 독자가 없기를. 


엄마와 단둘이 살아온 코미야 치히로는 요리, 청소, 빨래 같은 가사 노동을 전부 마스터한 슈퍼 초등학생이다. 치히로는 어느 날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천애 고아가 되고, 그동안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외삼촌의 집으로 가게 된다. 치히로의 외삼촌 마도카는 치히로의 엄마 치요의 하나뿐인 남동생이자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이다. 어마어마한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누나 치요가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집을 나갔을 때 받은 충격으로 인해 자신도 집을 나와 패션 디자이너로서 성공했다. 





치히로는 생전 처음 보는 외삼촌과 같이 살기를 거부하지만, 외삼촌 집이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는 상태인 걸 보고 '불타오른다'. 청소가 취미이자 특기인 치히로는 이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싶어 좀이 쑤신다. 이를 알아 본 마도카는 치히로에게 제안한다. 이 집의 살림을 담당하는 대신 이 집에서 같이 살자고.


나한테 요리, 청소, 빨래 같은 가사 노동을 하라고 하면 싫을 것 같은데, 치히로는 외삼촌의 제안이 오히려 반갑다. 가사 노동을 워낙 좋아하는 데다가, 외삼촌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얹혀 살기만 하면 미안했기 때문이다. 


치히로가 입고 있는 메이드 옷은 패션 디자이너인 외삼촌 마도카가 치히로를 위해 만들어준 작업복이지, 결코 '다른 목적'을 위해 만든 옷이 아니다. 치히로 또한 메이드 옷을 입고 요리, 청소, 빨래 같은 가사 노동을 할 뿐, 결코 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음란 마귀는 물러가라...). 





이번 10권에서 마도카는 치히로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싶은데 치히로가 무엇을 가지고 싶어 하는지 몰라서 고민한다. 마도카는 치히로가 가전제품을 가지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 치히로는 이미 가지고 있는 가전제품으로 충분하다며 쓸데없이 돈 낭비하지 말라고 마도카를 타박한다(아무리 봐도 보통의 초등학생 남자아이는 아니다...).


외삼촌은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치히로는 외할머니 카즈사를 만나 고민을 털어놓는다. 외할머니는 겉보기엔 차갑고 도도하지만 치히로에게만큼은 한없이 다정하고 상냥하다. 하지만 마도카는 자신의 부모를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누나 치요를 집에서 내쫓은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치히로에게만은 친절하다. 치히로도 그런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싫지 않다. 마도카는 마도카대로 자신보다 재력도 있고 마도카를 키울 능력이 충분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하나뿐인 조카 치히로를 데려갈까 봐 두렵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애 고아였던 치히로는 가족들 중 누구와 함께 살지 고민하는 입장이 된다.






<소년 메이드>는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치히로와 죽은 누나를 그리워하는 마도카가 결국 같은 사람을 사랑했고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감동적인 만화다. 치히로와 마도카는 한 집에서 살기 전까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지만,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추억을 쌓으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끈끈해진다. 


너무 일찍 철이 든 치히로가 외삼촌에게 어리광도 부리고 아이다운 짓도 벌이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조금 더 지켜보고 싶은데, 만화는 치히로가 중학교에 입학하는 장면에서 끝이 나고 만다. 치히로가 중학교 교복을 입은 모습은 귀엽지만, 이대로 만화가 끝나는 건 전혀 귀엽지 않다 ㅠㅠ 


오랫동안 만화로도 보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본 작품을 떠나보내려니 마음이 참 서운하다. 원작자 타치바나 오토의 새 작품을 부디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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