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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평점 :

사람들은 젊어서 부자가 되거나 유명해지기를 꿈꾸지만, 젊음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부자가 되거나 유명해질 가능성도 점점 낮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현실을 깨닫고 시무룩해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76세에 화가로 데뷔해 100세에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된 애나 메리 로버트슨, 일명 '모지스 할머니'가 직접 쓴 자전 에세이 <인생에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이다.
모지스 할머니는 '금수저'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1860년 미국 북부의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10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모지스 할머니는 열두 살 때 어느 집의 가정부로 들어가 15년을 일했고, 그 집에서 남편을 만나 남부로 이주했다. 농장을 구한 다음엔 새벽부터 젖소를 기르고 닭을 치고, 버터를 만들고 감자칩을 만들고 비누를 만들어 팔았다. 그 와중에 10남매를 낳았고 다섯이 죽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죽은 아이를 다섯이나 차가운 땅에 묻은 어머니의 심정이 어땠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삶은 분명 모지스 할머니에게 가혹했다. 하지만 모지스 할머니는 삶을 원망하는 대신 극복하는 편을 택했다. 남편이 우유를 짜면 모지스 할머니는 우유로 버터를 만들어 가게에 팔았다. 감자가 생기면 감자칩을 만들어 팔았고, 남은 기름으로 비누를 만들어 인근 호텔에 납품했다. 농부들이 나와서 그 해의 수확물을 뽐내는 대회에 아이들을 둘러업고 나가 1등 상을 탄 적도 있다. 모지스 할머니는 화가로 데뷔하기 전에도 과일 통조림을 잘 만들기로 소문난 재주꾼이었다.
어느 수집가가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발견한 건 우연이었을지 몰라도, 모지스 할머니가 76세에 화가로 데뷔해 10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정력적으로 활동한 건 필연이었다. 할머니는 평생에 걸쳐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자세가 몸에 뱄고, 한 번 시작한 일은 최고가 될 때까지 하는 사람이었다. 모지스 할머니가 남긴 작품은 무려 1600여 점. 모지스 할머니보다 훨씬 젊고 건강한 화가도 같은 기간 동안 이만큼이나 되는 작품을 그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지스 할머니의 인생에서 말년에 찾아온 행운만을 바라보지만, 모지스 할머니는 인생 전체를 통틀어 항상 열심히 살았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비루하게 만들지 않았고, 언제 어디서나 의연하고 우아하게 행동했으며, 자신이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주려고 애썼다. 모지스 할머니의 겸허하고 긍정적인 태도는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이 책에서도 절절히 느껴진다.
누구도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고,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 없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흘러가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미 일어난 일의 결과물을 가능한 한 더 낫게 만드는 것뿐이다. 젊어서 부자가 되거나 유명해지지 못했다면, 젊음이 벌써 저만치 멀어지고 있다면, 그 사실을 후회하고 한탄할 시간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낫다. 그러다 보면 모지스 할머니처럼 기적이 진짜로 일어나는 체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