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고양이 1
후카야 카호루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트위터에서 추천받은 책이다. 알고 보니 이 책이 만들어진 것도 트위터를 통해서였다. 저자 후카야 카호루가 2015년 10월부터 트위터에 연재한 만화를 엮어서 이 책을 제작했다고. 


주인공은 밤거리를 순찰하는 '밤을 걷는 고양이' 엔도 헤이조. "우는 아이는 없느냐~"라고 외치며 밤거리를 걷다가 눈물 냄새를 맡으면 부리나케 그곳으로 달려가 우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우는 사람을 위로해주고 약간의 먹이를 얻는 것이 엔도 헤이조가 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우는 사연은 다양하다. 어떤 청년은 백수에 자격도 기술도 없고 애인도 친구도 없는 처지를 한탄하며 운다. 어떤 부인은 맛있는 방어 무 조림을 만들어도 식구 중 누구 하나 맛있다고 칭찬해주지 않아서 운다. 어떤 사내는 내부 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쫓겨나고 하나뿐인 딸이 병까지 걸려서 운다. 어떤 소녀는 학교에서 심한 왕따를 당하고 보복을 결심하며 운다. 


사람들이 울 때 엔도 헤이조는 그만 울라고 달래지 않는다. 그깟 일로 울지 말라고 타이르지 않는다. 너보다 내가 더 불쌍하다며 '누가 누가 더 불쌍한가' 시합을 벌이지도 않는다. 그저 우는 사람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어주고 손을 꼭 잡아주거나 어깨를 토닥여줄 뿐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슬프거나 힘들 때 필요로 하는 위로는 엔도 헤이조처럼 그저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손을 잡아주거나 안아주는 것인데, 나를 위로(한답시고) 하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그만 투덜대라고 타이르거나 너보다 불쌍한 사람을 생각하라는 충고를 늘어놓을 뿐이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표현할 줄을 몰라서, 방법이 서툴러서 그런 것이겠지만, 내가 받고 싶었던 위로는 엔도 헤이조처럼 그저 곁에 가만히 있어주는 것이었다. 


'신이 모든 곳에 갈 수가 없어서 어머니를 대신 보냈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이 모두를 제대로 위로할 수 없어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1권에서 엔도 헤이조는 죽을 위기에 처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구하고, 새끼 고양이는 얼마 후 '쥬로'라는 이름을 얻는다. 엔도 헤이조와 쥬로는 이때부터 때로는 부자처럼, 때로는 형제처럼 밤거리 순찰을 함께 하고 기쁜 순간, 슬픈 순간, 위험한 순간을 함께 하게 된다. 그 과정도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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