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와 마녀의 꽃
메리 스튜어트 지음, 김영선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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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하루가 지금보다 훨씬 길었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공원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집에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려도 시간이 남아돌았다. 친구도 없고 장난감도 없다면 하루가 얼마나 더 길게 느껴졌을까. <메리와 마녀의 꽃>의 주인공 메리 스미스가 모험에 휘말린 건, 어쩌면 순전히 지루함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여름방학을 맞아 샬롯 이모할머니가 사는 시골집에 온 메리는 마을에 같이 놀 또래 친구 하나 없고 마땅한 놀 거리도 없어서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다. 그때 메리 앞에 초록빛 눈을 지닌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메리는 얼른 그 고양이를 거두어 팁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마치 제 고양이인 양 정성껏 보살펴줬다. 얼마 후 메리는 팁을 쫓아 들어선 숲속에서 신비한 마녀의 꽃을 발견하게 되고 그로 인해 상상도 못했던 모험에 휘말린다. 


선의로 한 일이 모험으로 이어지고 모험이 재앙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다. 다만 메리를 순식간에 매혹한 마법 세계와 메리를 환대해 주었던 마법 대학 교수들이 겉보기처럼 좋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은 밝혀두겠다. 마법 대학 교수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메리는 차라리 지루했던 그때가 좋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때마침 가족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마을 소년 피터를 만나 위기에서 벗어난다. 


샬롯 이모할머니 집에 돌아온 메리. 함께 놀 친구 피터가 있어서 이제 더는 지루하지 않다. 초록빛 눈을 지닌 까만 고양이 팁과, 팁에게 이끌려 들어간 마법 세계의 추억 또한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혼자인 시간이 메리에게 가져다준 것은 정녕 지루함뿐이었을까. 메리로부터 지루함과 함께 사라진 것은 무엇일까. 나에게도 이런 '마법'이 있었던 건 아닐까. 결말이 쌉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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