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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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책은 늘 비슷비슷해,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만이었다. 


마스다 미리의 신간 <오늘의 인생>을 읽으며, 일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과 그때마다 머릿속을 섬광처럼 스쳐가는 생각이나 느낌을 단순한 글과 그림으로 엮어내는 일을 마스다 미리만큼 잘 해내는 작가가 없음을 새삼 깨달았다. 이토록 영리하고 다정한 작가를 왜 한동안 멀리했을까.


<오늘의 인생>에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오늘'의 풍경이 담겨 있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아빠와 대판 싸우고 화해도 하지 않은 채 돌아온 '오늘', 빵 하나만 사려고 빵집에 들어갔다가 나도 모르게 빵을 한 봉지 가득 사버린 '오늘', 치과에 갔다가 치료를 마치고 나온 여자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훌쩍훌쩍 우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 '오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나름 신경 써서 던진 유머가 전혀 먹히지 않아 좌절한 '오늘'... 


그런 '오늘'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이 된다. 미운 사람도 있고 때로는 신경질도 부리고 싶지만 매번 좋은 사람을 연기하고 마는 삶, 치과에 가는 걸 죽도록 싫어하면서도 단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삶, 귀여운 아이를 보는 건 좋지만 자신의 아이를 가지지는 못하는 삶, 아빠를 그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사랑한다는 말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걸 후회하는 삶... 


마스다 미리는 단 한 번도 독자에게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지만, 독자인 나는 마스다 미리가 보여주는 '오늘'의 풍경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욱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을 더욱 좋아하는 '오늘'을 보내야겠다고. 


<오늘의 인생>에는 마스다 미리가 직접 찍은 '오늘의 식탁' 사진 6장도 실려 있다. 본문이 하늘색, 분홍색, 연두색 종이에 인쇄된 것도 독특하다. 각 만화의 제목을 독자들이 직접 손글씨로 쓴 것도 신선하다. 비슷비슷한, 진흙 같은 일상에서 진주와도 같은 통찰을 건져내는 마스다 미리의 책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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