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즐거움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3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솔직히 말해서 두부를 좋아한다. 맥주와 두부, 토마토와 풋콩과 가다랭이 말린 것만 있으면 여름의 저녁은 극락이다." 구운 두부와 어묵국만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고 말한 이 사람은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사소해 보여도, 사소해 보이기에 더욱 큰 기쁨을 안겨주는 것들을 가리켜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줄여서 '소확행(小確幸)'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지론에 공감하는 독자라면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에서 발간한 이 책 <소소한 즐거움>에도 크게 공감할 것이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큰 기쁨'만 좇으려 하고 따뜻한 물로 목욕하기, 갓 구운 빵 한 조각, 친한 친구와 나누는 대화, 한밤의 깊은 단잠 같은 '소소한 즐거움'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조를 비판하며,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야말로 단조로운 생활에 생동감을 부여하며 무의미해 보이는 일상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설명한다. 


생선 가게에 누워 있는 녀석들은 영 낯설고 생경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끝 모를 무한의 공간을 유영하는 가스와 암석 파편들로 이루어진 이 우주 속에서, 녀석들과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에 잠시 동거하고 있는 사촌 지간이나 매한가지다. 우주의 전체 역사를 놓고 볼 때 상대적으로 최근에 해당하는 시기에 우리 모두의 조상이 등장했다. 그러니까 그 조상의 자손들이 문어나 도미도 되고, 또는 서서히 진화하여 변호사와 심리치료사, 그래픽 디자이너도 된 것이다. (30쪽) 


"이미 바로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것과 의미 있는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미래만 보며 달려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소소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태도는 언뜻 현상 유지에 만족하고 패배를 변호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 이 책에 따르면 소소한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내면의 빈곤함을 드러낸다. 내면이 풍족하고 여유로운 사람은 멍 때리는 시간에도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집 앞 생선가게에서도 우주의 역사와 생명의 신비를 떠올린다. 


이 책에는 52챕터에 걸쳐 그런 소소한 즐거움이 소개되어 있다. 생선 가게에서 세상의 신비를 재인식하는 법, 작은 섬에 머무르며 도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는 법, 밤하늘의 별과 데이트하며 우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 등 일상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 즐기는 구체적인 방법이 나와 있어 유용하다. 홀딱 반하기, 옷을 입고서 하는 사랑 게임, 키스, 사랑하는 사람의 손목 바라보기 등 로맨틱한 즐거움도 빠뜨리지 않았다.. 1년이 52주이니 한 주에 하나씩 책에 나온 소소한 즐거움을 실천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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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1-0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7년에 키치님 덕분에 무민 원화전도 알게 되었고 즐거운 시간 가졌습니다. 감사드리며 2018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