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사생활 - 비참과 우아
노승림 지음 / 마티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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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예술 작품을 접하면 이를 창조한 예술가는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당연히 예술가 또한 인간이다. <예술의 사생활 : 비참과 우아>는 문학, 음악, 미술,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세운 예술가들의 지극히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모습을 조명한 일종의 에피소드 모음집이다. 책 자체는 두툼하지만 책에 실린 글 한 편 한 편의 길이는 짧아서 비교적 읽기 쉽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첫 번째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렘브란트와 페르메이르에 얽힌 일화다. 렘브란트가 데뷔와 동시에 미술계의 전폭적인 지지와 열광을 받으며 정력적인 작품 활동을 한 반면,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페르메이르는 데뷔한 후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부유한 장모의 그늘 아래서 조용히 작품 활동을 했다. 


이로 인해 인류는 뜻밖의 선물을 얻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페르메이르가 남긴, 여성들의 일상을 그린 그림들이다. 일반적인 남자 예술가들이 집 밖에서 그림 소재를 찾은 반면, 페르메이르는 집 안에만 머물렀기 때문에 집 안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의 일상을 주로 그릴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근면하고 생활력 강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 여성들의 일상이 페르메이르의 화폭에 고스란히 담겨 전해질 수 있게 되었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두 번째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 가우디의 일화다. 하층민 출신인 가우디는 노동을 무엇보다 신성하게 여겼고 자신과 같은 계층 출신인 노동자들에 대한 연민이 깊었다. 이로 인해 가우디는 건축에 동원된 노동자들에게 넉넉한 임금을 제공했고, 스스로 예술가가 아닌 장인으로 불리기를 바라는 등 노동이 신성시되고 낮은 곳이 보다 넉넉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세 번째는 프랑스 절대왕정을 대표하는 루이 14세의 일화다. 루이 14세는 병약한 몸도 달랠 겸 스트레스도 해소할 겸 어렸을 때부터 틈틈이 발레를 배웠다(그는 역사상 최초의 발레리노이기도 하다). 쇼맨십도 갖춘 그는 어느 날 루브르 궁정 앞에 임시 야외극장을 설치하고, 1만 5,000명 관객 앞에서 온몸을 황금빛으로 덮어쓴 금빛 '태양'으로 분장하고 우아하고 역동적인 춤을 선보였다. 이 춤을 계기로 루이 14세가 '태양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생활'이라고 해서 언론을 매일 같이 뒤덮는 가십이나 험담을 연상했는데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 중에 그만한 수위의 내용은 거의 없다(있어도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예술가의 체면과 품격을 손상하지 않는 수준에서 예술가를 보다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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