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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무엇인가 2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ㅣ 파리 리뷰 인터뷰 2
파리 리뷰 지음, 김진아.권승혁 옮김 / 다른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스티븐 킹의 단편집 <악몽을 파는 가게>를 읽었는데 예상외로 참 재미있었다. 단편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단편마다 실려 있는 작가의 짧은 해설이 작품에 대한 흥미를 돋우고 이해를 도왔다.
<작가란 무엇인가> 시리즈도 그런 용도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작가란 무엇인가>는 뉴욕에서 출판되는 유서 깊은 문예지 <파리 리뷰>에 실린 작가 인터뷰를 모아 엮은 책이다. 국내에는 총 세 권이 출간되었고, 2권에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조이스 캐럴 오츠, 도리스 레싱,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귄터 그라스, 토니 모리슨, 주제 사라마구, 살만 루슈디, 스티븐 킹, 오에 겐자부로의 인터뷰가 실렸다. 열두 명 중 절반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것만 보아도 시리즈의 품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3권에서 앨리스 먼로, 어슐러 K. 르 귄, 수전 손택 같은 여성 작가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 읽은 2권에서도 조이스 캐럴 오츠, 도리스 레싱, 토니 모리슨 같은 여성 작가의 인터뷰가 좋았다. 기자가 여성 작가로서의 이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조이스 캐럴 오츠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저에게 일종의 불가시성을 허용합니다."라고 완곡하게 비판하는(돌려서 까는) 대목, 토니 모리슨이 1971년 <술라>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여성들이 모여서 남성 이외의 화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 드물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대목이 특히 좋았다.
여성 작가로서의 이점은 무엇일까요?
오츠 : 이점이라고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요.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 비평가들이 언론에서 작가들을 일류, 이류, 삼류로 나누는 목록에 진지하게 포함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자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중략) 여성이라는 사실은 저에게 일종의 불가시성을 허용합니다. 랠프 앨리슨의 <보이지 않는 인간>처럼요.
여성들 간의 강한 우정을 다룬 소설이 매우 적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모리슨 : 여성들 간의 우정은 사람들이 미심쩍어하는 관계입니다. <술라>를 쓰는 동안 받은 인상은 많은 여성들에게 동성 친구와의 관계는 부차적으로 여겨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남녀 관계가 일차적이지요. 여성에게 동성 친구란 남성이 부재할 때만 필요한 부차적인 관계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여성보다 남성을 좋아하는 여성들이 존재하는 거죠.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는 법을 배웠어야 합니다.
스티븐 킹이 한때 토마스 하디의 애독자였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뛰어난 작가인 동시에 엄청난 독서광인 스티븐 킹은 어린 시절에도 틈만 나면 책을 읽었다. 스티븐 킹이 그 시절 읽은 책 중에는 토마스 하디의 대표작 <테스>도 있다. 당대의 불합리한 종교적, 사회적 관행의 희생자인 테스의 일생을 그린 소설을 읽으면서 스티븐 킹은 여성의 비참한 삶에 눈을 떴고, 이 작품을 계기로 여성 문학에 입문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킹 : (전략) <테스>를 읽을 때는 두 가지 생각을 했는데요, 그중 하나는 '사내가 여자를 어찌해보려 할 때, 그녀가 잠에서 깨지 않는다면 정말로 잠든 게 틀림없다.'였고요, 다른 하나는 '당시 여자의 삶이란 참 힘들었겠군.'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여성 문학에 입문하게 되었지요. 그 책을 너무도 좋아해서 하디의 작품을 상당히 많이 읽었습니다.
일부 남성들이 독서를 하지 않고, 경제경영이나 자기 계발서는 읽어도 문학은 읽지 않고, 문학은 읽어도 여성 문학은 읽지 않는 경향을 감안할 때 스티븐 킹은 상당히 진보적인 독자이지 않았나 싶다. 익숙한 책, 편안한 책이 아니라 낯선 책, 불편한 책을 찾아 읽은 것이 스티븐 킹을 뛰어난 작가로 만든 것은 아닐까. 스티븐 킹의 데뷔작 <캐리>가 어머니에게 학대당하고 아이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소녀 캐리의 이야기인 것은 우연이 아닐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