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사 애장판 10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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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시바라 유키의 만화 <충사>는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기묘한 생명체인 벌레가 보이는 사람들과 그들을 치유하는 충사 '긴코'의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은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연재되어 총 10권으로 완결되었고, 애장판이 올해 여름 국내에서 출간되어 총 10권으로 완결되었다. 


<충사> 애장판을 읽으면서 놀란 점은 18년 전에 연재되기 시작한 작품인데도 그림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전혀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우루시바라 유키의 그림은 세월이 지나도 아름답고, 보여서는 안 되는 벌레가 보여서 괴로워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치유하는 충사 긴코의 이야기는 지금 읽어도 기이하고 감동적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히고 또 읽히며 만화의 고전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 본다.





<충사> 애장판 10권에는 <빛의 실>, <영원의 나무>, <향기로운 어둠>, <방울 물방울(전편)>, <방울 물방울(후편)> 이렇게 총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빛의 실>은 어린데도 분노가 많고 싸움박질을 즐겨 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오래전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소년은 어머니와 만나는 것이 소원이지만 아버지는 소년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고 어머니를 절대로 만나선 안 된다고 타이르기만 한다. 소년은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아버지와 자신을 보러 오지 않는 어머니가 미워서 틈만 나면 싸움박질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동네 어귀에서 긴코를 만난다. "꽤 늠름하게 잘 컸구나." "누구...?" "네가 갓난아기일 때 잠깐 연이 닿았지." 알고 보니 소년은 태어난 직후 몸이 매우 약해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적이 있고, 마침 그때 마을을 지나가던 긴코가 소년의 집을 찾아와 소년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알아채고 소년을 구해준 적이 있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소년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만 보여서 이상했던 터라 긴코의 이야기에 사로잡힌다.





이어지는 <영원의 나무>는 자신이 경험한 적 없는 일을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남자는 어느 날 꿈속에서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삼나무 한 그루를 보게 되고, 꿈에서 깬 후에도 그 삼나무가 잊히지 않아서 마을 이곳저곳을 누비며 삼나무를 찾는다. 마침내 남자는 마을 산기슭에서 자신이 꿈속에서 보았던 삼나무를 찾게 되는데, 삼나무는 자신이 꿈속에서 본 대로 늠름하게 잘 자란 모습이 아니라 줄기는 일찍이 베어져서 없고 밑동만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삼나무 밑동에 걸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남자가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어서려고 보니 자신의 두 발이 나무에 흡수되어 있었다! 나무를 찾다가 나무가 되어버린 이 남자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충사 긴코는 이 남자를 어떻게 구해줄까.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지만, 자연을 함부로 훼손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여운이 길게 남는다. 





<충사> 애장판 10권에는 이 밖에도 꽃향기를 맡을 때마다 뭔가 그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기억을 떠올리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향기로운 어둠>, 산의 주인으로 태어난 여동생을 둔 오빠의 이야기를 그린 <방울 물방울> 등이 실려 있다. <방울 물방울>은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는 <충사> 전체의 세계관을 오롯이 드러내고 긴코와도 관련이 깊은 에피소드인 만큼 반드시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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