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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11월
평점 :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의 신간 <오리진>이 출간되었다. 대학 시절부터 댄 브라운의 소설을 꾸준히 읽어온 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오리진>을 읽었다. 언제부터인가 댄 브라운의 소설이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오리진>이 그 생각을 지우진 못했지만, 댄 브라운 소설 특유의 매력을 오랜만에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실망하진 않았다(이 점은 히가시노 게이고도 마찬가지. 언제부터인가 명작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만 읽을 수도 없게 만드는 뭔가가 이들에겐 있다).
<오리진>은 댄 브라운의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종교와 과학의 관계를 깊이 파고든다. 주인공은 언제나 그랬듯이 하버드 대학교수 로버트 랭던(나는 이 이름을 들으면 톰 행크스의 얼굴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랭던은 자신의 애제자이자 천재 컴퓨터 과학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에드먼드 커시가 주최하는 프레젠테이션에 초대되어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향한다. 에드먼드 커시는 기술 혁신을 주도한 천재 과학자이자 대중 선동에 능한 사업가라는 점에서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하는 인물이다.
프레젠테이션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던 에드먼드 커시가 흉탄에 맞아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어떤 오해로 인해 로버트 랭던은 에드먼드 커시 살해와 스페인 왕세자비 후보 납치라는 누명을 쓰고 도주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도주하는 과정에서 랭던은 에드먼드 커시가 평소 종교에 대해 원망 어린 의문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의 과학 실력과 자본력으로 종교계의 음모를 세상에 드러내고 인류를 새로운 경지로 견인하려는 거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댄 브라운은 <다빈치 코드>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부터 종교와 과학의 팽팽한 긴장을 다룬 소설을 주로 써왔다. <오리진>에서는 종교와 과학의 갈등을 인류의 시원과 종말로 확장해 종교계와 과학계 사이의 오랜 논쟁 중 하나인 진화론과 인공 지능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인간은 '열역학 제2법칙', 즉 고립계의 엔트로피는 절대로 줄어들지 않는다는 원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은 필멸하는 존재이며 이는 종교가 막을 수 없고 과학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나로서는 (이런 들으나 마나 한 이야기보다) 저자가 채택한 최신 과학 기술과 현대 미술, 가우디의 건축물 같은 '주변 장치'에 관심이 쏠렸다. 인공 지능과 우버 택시, 슈퍼컴퓨터와 무인 자동차가 등장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라니. 랭던의 입을 빌려 설명하는 현대 미술의 새로운 경향과 카사 밀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등 가우디가 남긴 기상천외한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고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독자의 집중력을 강하게 붙들어 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