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번리의 앤 허밍버드 클래식 9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서령 옮김 / 허밍버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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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재미나게 읽은 동화 <빨간 머리 앤>을 몇 년 전 소설로 다시 만났다. 어릴 적에는 쉴 새 없이 재잘대고 공상하기 좋아하는 열한 살 소녀 앤 셜리가 당시의 나 같아서 좋았는데, 오랜만에 재회한 <빨간 머리 앤>에선 생면부지의 여자아이를 맡아 기르게 되는 바람에 일상이 바뀌고 인생이 변한 마릴라 아주머니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이래서 좋은 책은 한 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 읽으라고 하나보다. 


매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에이버리에 돌아와 학교 선생님이 되기로 한 앤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읽은 소설 <빨간 머리 앤>은 딱 거기까지의 이야기만 다뤘기에 이후의 이야기가 종종 궁금했다. 마침 허밍버드 출판사에서 허밍버드 클래식 제9권으로 <빨간 머리 앤>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에이버리의 앤>을 출간했기에 서둘러 읽어보았다. 


에이버리에 돌아온 앤은 모교의 선생님으로 채용되어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 그토록 원했던 일이지만 앤의 마음에는 설렘보다 두려움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자신을 잘 따르지 않으면 어쩌나, 동료 교사들처럼 체벌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면 어떻게 대처하나 하는 고민이 앤을 괴롭힌다. 마침내 앤은 첫 출근을 무사히 치르고 학생들의 사랑을 받는 교사가 되지만,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며 앤은 자신이 평생 교사로만 살기에는 부적합함을 깨닫는다("앤은 몹시 지친 데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게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40년 동안 날마다 해야 한다는 건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었다."). 


한편, 매슈 오라버니를 먼저 보내고 적적함을 느낀 마릴라 아주머니는 부모 없이 남겨진 쌍둥이 남매를 데려와 키우기로 한다. 쌍둥이 남매의 이름은 각각 데이비와 도리인데, 사내아이인 데이비가 엄청난 말썽꾸러기라서 앤과 마릴라 아주머니의 속을 어지간히 썩인다. 이 와중에 앤은 에이번리 마을의 발전을 위한 개선회 준비를 맡게 되고, 친구 다이애나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철부지 아이에서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철부지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한동안 나는 <빨간 머리 앤> 이후 앤이 교사로 얼마간 일하다가 길버트와 결혼하고 가정을 일구는 전개로 이어질 거라고 제멋대로 상상했다. 하지만 <빨간 머리 앤>과 이어지는 <에이버리의 앤>을 읽어보니 앤은 길버트와 바로 결혼하지도 않고 교사 외에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풍성하게 꾸려나갔다. <빨간 머리 앤>이 처음 출간된 해가 1908년임을 감안할 때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추구한 여성상이 매우 진보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빨간 머리 앤> 전체 시리즈가 열 권, 이 중에 앤의 생애를 다룬 것만 여덟 권에 이른다던데, 이야기가 워낙 재미있고 앤의 생애가 흥미로워서 <빨간 머리 앤> 시리즈 전권 읽기에 도전해도 좋겠다. 부디 아름다운 장정과 수려한 번역을 자랑하는 허밍버드 클래식에서 전권을 출간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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