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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계절 - 김지훈 이야기 산문집
김지훈 지음 / 니들북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김지훈의 신간 <너라는 계절>은 한 편의 소설 같은 산문집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나'는 한때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너'를 떠올린다. '나'가 '너'를 처음 만난 건 새벽 세 시 홍대 어딘가의 횡단보도였다. 위아래 모두 블랙으로 차려입고 베레모를 쓰고 있던 '너'를 보고 '나'는 제멋대로 미술을 하는 아티스트일 거라고 상상하며 다가갔고 용기를 내 번호를 물었다.
일주일 만에 연락이 된 '나'와 '너'는 생각보다 말이 잘 통했고, 얼굴을 자주 보진 못해도 서로에게 점점 다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감정을 섣불리 사랑이라고 단정하진 않았다. 사랑을 처음 해보는 게 아니어서 더욱 조심스러웠다. 사랑인 줄 알고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가 사랑이 아님을 깨닫고 서로에게 가장 먼 사람이 되어버리는 관계를 여러 번 겪었기에, 이토록 어렵게 만난 '너'를 그토록 쉽게 잃고 싶진 않았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마음은 이미 '너'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아무리 자제해도 '나'는 점점 '너'에게 호감을 넘어 사랑을, 사랑을 넘어 운명을 느꼈다. "이 세상에 너와 같은 사람은 너밖에 없어서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기적이었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내가 이 세상에 하나뿐인 너를 만나 이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을 했다는 기적. 그래서 너는 내게 운명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 사랑. 이번엔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한 편의 연애 소설로 봐도 손색이 없는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경험을 자유롭게 쓴 산문집이다. 모든 이야기가 작가의 경험인 만큼 솔직하고 내밀하며, 같은 시대 같은 사회를 살고 있는 독자들의 생활과 가까이 맞닿아 있다. 마음에 드는 상대의 번호를 어렵게 받아낸 다음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공상을 하고, 페이스북으로 상대의 과거 사진을 보고, 메일로 문자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고, 만나면 빵 먹고 치킨 먹고, 남자가 곰인형을 선물하면 여자는 그걸 가방에 달고 다니고 ...
나의 연애, 친구의 연애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나'와 '너'의 사랑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고, 책을 읽는 내내 '나'와 '너'가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이렇게 남의 연애사에 열을 내본 게 얼마 만인지. 연애 세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나조차도 이 책을 읽고 설렐 정도이니 연애 세포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고 당장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