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기네코크라시 1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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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기네코크라시>는 <무한의 주인>, <파도여 들어다오> 등 다수의 인기 작품을 그린 사무라 히로아키의 단편집이다. <파도여 들어다오>를 읽고 사무라 히로아키의 팬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무라 히로아키가 이런 단편집을 낸 줄은 몰랐다(왜 때문에 ㅠㅠ). 어쩌다 보니 2권부터 읽게 되었는데 2권이 워낙 기발하고 흥미로워서 1권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환상 기네코크라시> 2권에는 '이쿠사츠타에', '동행길', '엡실론의 사자', '호모 로피에스' 3부작, '할머니 최고!', '잭이 사온 물건', '전원 파이렉시아', '그들의 그 이후', '프레그너블 프레그넌시' 등 총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기네코크라시'는 '여성 정치, 여성 상위'를 뜻하는 말이라는데 나로서는 이 만화의 어떤 부분이 여성 정치, 여성 상위를 나타내는지 잘 모르겠다(여성 캐릭터가 다른 일본 만화 속 여성 캐릭터와 비교해 과감하고 용감무쌍하긴 하지만). 


각 단편은 사무라 히로아키의 작품답게 SF, 액션, 호러, 드라마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이야기 전개 또한 독자의 기대나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다. 도입부에선 분명 무협이었는데 갑자기 장르가 SF로 전환되거나, 전형적인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호러가 튀어 나오기도 한다. 사무라 히로아키의 작품답게(222) 누드와 정사씬이 적지 않고 그로테스크한 장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쿠사츠타에'는 29전 무패의 전적을 지닌 무사 '이시카와 군토사이'의 생애를 그린 만화다. 군토사이는 얼굴에 새겨진 칼자국과 늠름한 용모가 <무한의 주인>에 나오는 '만지'를 연상케 하는 전형적인 일본 사무라이다. 그런 군토사이가 죽은 지 2년 후 군토사이의 생애를 다룬 '이쿠사츠타에'라는 전기가 완성되어 제자의 손에 전해지는데, 그 안에는 군토사이와 어느 여인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라기에는 너무나 정교한)'이 끼워져 있다. 대체 이 그림과 이 여인이 정체는 무엇일까. 도입부만 봐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전개와 결말로 이어져 신선했다.





'최고! 할머니'는 임종을 앞둔 할머니가 가족들에게 유언을 남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할머니는 임종을 앞두고 "할아버지와 결혼하기 전에 사귀던 남자가 있었다."라는 폭탄선언을 한다. 가족들은 물론, 장래 남편이 될 사람을 데리고 온 손녀로서는 기절 초풍할 노릇이다. 할머니는 손녀를 바라보며 "손자들 중에 네가 제일 마음에 든다"라며 손녀의 영원한 행복을 기원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데 과연 그녀는 할머니의 바람대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반전을 알게 된 순간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나왔다.





'프레그너블 프레그넌시'는 남자가 다니는 회사 업무의 일환으로 사흘 동안 임산부 체험 재킷을 입고 지내게 된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겉보기엔 임산부 체험 재킷을 입고 생활함으로써 임산부가 얼마나 힘들게 지내는지 깨닫게 되는 내용일 것 같지만 이 만화 또한 반전이 대단하다('최고! 할머니'의 반전은 비현실적이라서 그래도 괜찮은데 '프레그너블 프레그넌시'의 반전은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라서 더 무섭다).


이 밖에도 현실과 비현실, 일상과 공상, 이 세계와 저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다. 사무라 히로아키 특유의 밑도 끝도 없는 개그와 한계를 모르는 상상력이 최대치로 발휘된 작품집이라서 사무라 히로아키 팬이라면 마음에 쏙 들 듯. 사무라 히로아키를 전부터 좋아했던 나 역시 이 작품집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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