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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사 애장판 6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0월
평점 :

우루시바라 유키의 명작 만화 <충사> 애장판 6권이 출간되었다. 6권에는 <하늘가의 실>, <지저귀는 조개>, <밤을 쓰다듬는 손>, <눈 아래>, <들판의 연회> 등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다섯 편 모두 처음엔 기이하고 때로는 섬뜩하지만 막바지에 치달을수록 감동이 밀려오고 마음이 훈훈해진다. 요즘처럼 날씨가 춥고 마음이 시릴 때 읽으면 딱 좋은 만화다.

'하늘에서 실이 쭉 내려와 있어요. 이 실은 대체 어디서...'
<하늘가의 실>은 제목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여자와 그런 여자를 짝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자는 막내 누이를 보살피러 남자의 집에 고용된 상태다. 간혹 하늘에서 실이 내려온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통에 남자의 가족들은 여자를 곱지 않은 눈으로 보지만, 남자는 그런 여자를 더없이 사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가 행방불명되는 일이 발생하고, 남자는 여자가 하늘에서 내려온 실을 붙잡고 멀리 떠난 것은 아닌가 걱정한다. 대체 여자는 어디로 간 걸까.

'호칭은 조개의 노래지만 실제 노래하는 건 조개껍질 안에 사는 벌레예요.'
지저귀는 조개>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녀의 아버지는 바다마을 사람들과 말을 섞으면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지만, 호기심 많은 소녀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 바닷가를 거닐다 그곳에서 만난 또래 여자애들과 친구가 되고 여자애들에게 조개 안에서 파도소리가 들린다는 사실을 배운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조개 안에서 파도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를 듣게 되고, 그날부터 소녀는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우연히 소녀의 집을 찾아온 '충사' 깅코는 소녀가 조개껍질 안에 사는 '벌레'의 노래를 들었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정신 차려. 당신은 자의식조차 없는 벌레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것뿐이야.'
깅코는 산속을 걷다가 기이한 냄새를 풍기는 남자를 만나고, 이튿날 장터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고기를 팔고 있는 소년을 만난다. 알고 보니 소년의 형은 깅코가 어제 산속에서 만난 그 남자. 소년과 남자의 아버지는 동물의 몸에 손을 대는 순간 바로 생명을 앗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었고, 아버지의 능력을 물려받은 남자는 그 능력을 이용해 산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자신의 능력에 취해 죄 없는 동물을 마구잡이로 도살하는 남자를 어떻게 멈출 것인가. 깅코의 수심은 깊어진다.

이 밖에도 한 편의 영화처럼 완성도 높은 이야기가 두 편 더 실려 있다. <충사>의 매력은 기묘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그저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묘한 능력으로 인해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것인 듯하다. 뿐만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이치, 인간사의 무상함 같은 것도 일깨워주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충사> 애장판 6권에는 2018년 6월 달력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일러스트 엽서가 들어 있다. 하루빨리 2018년 달력을 완성하고 싶은데 과연 올해 안에 <충사> 애장판이 전부 출간될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