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사 애장판 5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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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와 인간의 세계를 오가는 충사(蟲師, 벌레 선생)의 기이한 여행을 그린 만화 <충사> 애장판이 올해 8월부터 정식 발행되고 있다. <충사>, <나츠메 우인장>, <불쾌한 모노노케안> 같은 힐링 요괴물(?)을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서둘러 최근에 출간된 <충사> 애장판 5권과 6권을 연달아 읽어보았다.





<충사>의 주인공 '깅코'는 벌레를 볼 수 있는 자다. <충사>의 세계관에서 중심이 되는 벌레란 개미나 바퀴벌레처럼 다수의 사람들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곤충이 아니라 소수의 사람들만 볼 수 있는 보다 근원적인 생명체다. 벌레가 보이는 사람은 귀가 지나치게 잘 들리거나 눈이 너무 밝아진 나머지 앞날이 보이는 등의 문제를 겪게 되는데, 충사인 깅코는 여행을 하면서 이런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만나 문제를 해결해준다.





'날 다시 낳아줘. 다시 만나고 싶어. 다시 이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싶어.'


<충사> 애장판 5권에는 <앞 바다 용궁>, <눈구멍에 깃들은 눈 복덩이>, <산을 감싼 저고리>, <화톳불의 야행>, <새벽의 뱀> 이렇게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앞 바다 용궁>은 어느 섬마을을 찾은 깅코가 이 마을 사람들만 알고 있는 비밀인 '되낳기'에 대해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되낳기란 어느 바위 밑에서 목숨을 잃으면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마을 사람들은 소중한 사람이 아프거나 심하게 다치면 바위 밑에서 죽게 해 자신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그렇게 어머니는 딸의 딸로, 아버지는 아들의 아들로 다시 태어난다.





'모든 게 보이지만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것과 어둠 속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 중 어느 게 더 복받은 삶일까요?' 


<눈구멍에 깃들은 눈 복덩이>는 선천적으로 시력이 없는 여자가 충사인 아버지가 구해온 '복덩이 눈'을 가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처음에 여자는 눈앞에 있는 사물이 분명하게 보인다는 사실에 전율한다. 남들처럼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황홀해 한다. 하지만 점점 여자의 눈에 보여선 안 되는 것까지 보이게 되고, 이는 결국 여자를 불행하게 만든다. 모든 게 보이는 것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편이 훨씬 행복하다던 여자의 말이 자꾸만 귓가를 맴돈다.





'마을을 떠나 있을 때 이걸 걸치면 산 내음과 소리를 떠올릴 수 있었죠.'


<산을 감싼 저고리>는 그림 공부를 위해 가족이 사는 정든 고향을 떠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남자는 고향을 떠나기 전에 누나에게 저고리 한 벌을 받는데, 남자는 이 저고리에 고향에 있는 산을 그리고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저고리를 걸치며 힘을 얻는다. 그러던 어느 날 저고리를 탐내는 상인이 있어 저고리를 팔게 되는데, 그때부터 남자는 기력을 잃고 그토록 좋아하던 그림마저 그리지 못하게 된다. 대체 저고리에 어떤 신묘한 능력이 깃들어 있는 걸까.





이 밖에도 처음엔 기이하고 섬뜩하지만 점점 마음이 훈훈해지고 감동이 밀려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 크기도 큼직하고 만듦새도 좋아서 한 번 읽으면 계속 구입하게 될 듯. <충사> 애장판에는 우루시바라 유키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엽서도 들어있다. 엽서 뒷면은 2018년 달력으로 되어 있어 실용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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