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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장르와 형식을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 읽어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미국 작가 앤 후드의 장편소설 <내 인생 최고의 책>도 마찬가지이다.
주인공 '에이바'는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중년 여성이다. 봉사 활동에 열심인 아들과 문제아 딸을 하나씩 뒀으며, 남편이 외도를 하는 바람에 25년 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고 현재는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상태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에이바는 괴로움을 떨치기 위해 친구 케이트의 소개로 북클럽에 나가기 시작한다. 북클럽 회원들이 택한 한 해의 주제는 '내 인생 최고의 책'.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책을 추천하고 한 달에 한 권씩 그 책을 읽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다.
회원들이 택한 책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베티 스미스의 <브루클린에는 나무가 자란다>,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 등. 에이바는 여기에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책을 더하고, 북클럽 회원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저자를 초대하겠다고 선포를 해버린다.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여동생과 어머니를 차례로 여읜 에이바는 가족을 잃은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하지만 북클럽 회원들 중에 이 책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이 책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다는 비보가 전해진다. 에이바 역시 이 책의 저자를 찾기 위해 갖은 수를 쓰지만 책은 이미 절판된 상태이며 저자는 물론 출판사 관계자의 행방도 찾지 못한다. 에이바가 북클럽 회원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려는 순간 기적이 일어나는데 과연 그 기적이란...!
이 소설은 에이바와 에이바의 딸 '매기'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기는 부모의 이혼을 계기로 피렌체에 있는 미술 학교에 입학했다가 얼마 안 가 그만두고 부모 몰래 파리에 왔다. 미국에서도 여러 번 문제를 일으켰던 매기는 파리에서도 나쁜 남자를 만나거나 약물에 빠지는 등 안 좋은 상황을 겪는데, 우연히 한 서점에 들르게 되고 그곳에서 일하게 되면서 오랜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모녀, 에이바와 매기가 동시에 인생의 밑바닥을 치고 책을 통해 재기하는 점이 흥미롭다. 둘의 인생이 책이라는 바늘로 꿰이고 엮이는 과정도 재미있다. 동떨어져 있던 에이바의 삶과 매기의 삶이 책을 통해 연결되고, 마침내 그 책이 에이바를 오랫동안 괴롭혔던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에이바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끝나는 구조도 마음에 든다. 결말이 다소 억지스러운 점만 빼면 더 좋았을 텐데. 영화 또는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좋을 듯하다(한국판도 괜찮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