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풍전
정욱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책날개를 보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책날개에 나온 저자 정욱의 이력이 대단해도 너무 대단해서다. 


저자 정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자이자 만화출판 발행인이자 만화가다. 1946년 생인 그는 신동헌 화백 문하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수학해 <소년한국일보>, <일간스포츠>를 중심으로 <아기유령>, <이춘풍전>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1973년 '원프로덕션'을 설립한 이후 일본 도에이영화사와 TV애니메이션 제작 계약을 체결해 <은하철도 999>, <캡틴하록>, <천년여왕> 등을 제작, 수출했으며, 1977년 '대원동화(주)'를 설립해 <떠돌이 까치>, <달려라 하니>, <지구용사 벡터맨> 등 유수한 작품을 제작했다(인터넷 검색에 따르면 <영심이>도 이 분이 제작했다고).





1992년에는 '도서출판 대원(주)(현 대원씨아이)'를 설립해 만화 잡지 <소년챔프>, <영챔프>, <이슈> 등을 발행했고, 1996년에는 '(주)학산문화사'를 설립해 <찬스>, <부킹>, <파티> 등을 발행했다. 창간호부터 사모았던 <파티>를 여기서 다시 볼 줄이야... 


스튜디오 지브리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전설의 농구 만화 <슬램덩크>, 올해 초 개봉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너의 이름은> 등을 국내에 들여온 것도 그가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대원미디어'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작품과 만화 잡지, 단행본 등이 전부 그의 손을 거쳤다니. 만화 팬으로서 그저 존경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백 번 절을 해도 모자랄 것 같다.




이 책은 그가 1970년대 스포츠신문에 연재했던 <이춘풍전>과 <호질>을 담고 있다. 당대 최고의 만화가라면 누구나 거쳤던 스포츠신문 연재만화였던 만큼 작품성과 재미가 보장된다. <이춘풍전>은 조선 후기에 민간에서 유행한 대중 소설로, 두 차례나 가산을 탕진한 어리석은 이춘풍의 일대기를 통해 부조리한 시대상과 허세에 찬 양반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정욱의 만화 <이춘풍전>은 원전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재미있게 각색하고 사회 풍자의 요소를 덧입혔다. 그림체는 요즘 유행하는 그림체와 거리가 멀지만, 원전이 워낙 탄탄한 데다가 각색이 재미있다. 조선 시대 사람 이춘풍이 영어를 읊조린다든가,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어 당대의 세태를 비판한다든가 하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이춘풍전> 원전을 읽지 못한 독자라면 이 만화로 대신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박지원의 대표작 <호질전>도 실렸다. 호질은 '호랑이의 꾸지람'이라는 뜻으로, <호질전>은 표리부동하고 위선적인 인물인 북곽 선생을 통해 당시 양반 계층의 부패한 도덕관념과 허위의식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 또한 고전 문학 시험에 빈번하게 출제되는 중요한 작품인 만큼 원전을 접하지 못한 독자라면 이 만화를 통해 접해도 좋을 듯. 원전을 재미있게 각색해 실컷 웃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까지 마음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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