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공부 - 16개 국어를 구사하는 통역사의 외국어 공부법
롬브 커토 지음, 신견식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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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통역을 직업으로 삼지 않았을 것이다." 요네하라 마리를 통역사의 길로 인도한 책이라니. 읽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 


이 책을 쓴 롬브 커토는 1909년 헝가리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외국어에 관심을 보였지만 학교에선 외국어 낙제생이었던 저자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해 평생 외국어로 먹고살았다. 저자가 구사하는 언어는 총 16가지. 러시아어, 영어, 독일어는 모어인 헝가리어 수준으로 구사하며,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폴란드어는 번역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사한다. 이 밖에 불가리아어, 덴마크어, 라틴어, 루마니아어, 체코어, 우크라이나어 등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스무 살을 넘긴 사람이 어학연수를 가지 않고도 여러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는 비결을 소개한다. 성인 학습자는 어린이용 교재로 외국어를 공부해선 안 된다. 지식수준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두꺼운 사전을 구한 다음 글자 읽는 법을 익힌다. 사전에 실린 어휘를 보고 또 보면서 해당 언어의 특성을 파악한다. 그다음에는 성인용 교재와 해당 언어로 된 소설 두 권을 준비한다. 교재에는 정답이 표기되어 있어야 한다. 소설은 최소 두 권을 준비해야 더 재미있는 쪽을 끝까지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외국어를 공부함에 있어 가장 신뢰하는 교재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 해당 언어의 문법과 어휘 등을 가장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사람은 언어에서 문법을 배우지, 문법에서 언어를 배우지 못한다. 처음에는 직업이나 취미, 흥미 등 관심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가능한 한 작고 얇은 책을 골라야 부담이 적고, 이동할 때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며, 낙서하기에도 좋다. 고전보다는 현대 작품, 운문보다는 구어체가 많은 산문이 좋다.


회화 공부는 해당 언어로 된 방송을 듣는 것이 가장 좋다. 저자는 라디오 뉴스를 선호한다. 라디오 뉴스를 녹음해 여러 번 반복해 들으면 듣기 실력이 금세 향상된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단어장에 적는다. 외국에서 살지 않더라도 외국어로 독백하는 연습을 많이 하면 외국어 실력이 금방 좋아진다. 저자는 하루 또는 며칠 동안 외국어로 독백하는 연습을 하면서 외국어 실력을 키웠다. 


저자의 공부법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저자가 1909년생이고 국가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냉전 시대 사람임을 감안하면 이 책의 가치는 결코 덜하지 않다. 비싼 돈 들여 외국에 가지 않아도 외국어 공부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저자의 조언이 당장 어학연수를 갈 수 없는 내게 큰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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