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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중독자 - 멸종 직전의 인류가 떠올린 가장 위험하고 위대한 발명, 내일
다니엘 S. 밀로 지음, 양영란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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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따르면, 인류가 오늘날의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여느 동물과 달리 허구를 지어내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 진화생물학자인 다니엘 S. 밀로는 유발 하라리와 상당히 유사한 주장을 한다. 밀로에 따르면, 인류가 지금으로부터 약 6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전 지구로 퍼져 각자의 문명을 발전시킨 동력은 '미래'다. 지금이 아닌 나중을, 여기가 아닌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실천으로 옮긴 자들이 오늘날의 세상을 만들었다.
많은 인간들이 인간과 동물을 달라도 너무 다른 존재로 규정하지만, 사실 인간의 고유한 특질로 알려진 것들 중에는 동물과 공유하는 특질이 제법 많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은 사실이 아니다. 2005년 에스토니아의 심리학자 야크 판크셉은 쥐를 비롯한 어린 영장류마저 웃을 줄 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인간만이 생식과 관계없이 성관계를 맺는다는 믿음도 사실이 아니다. 돌고래나 보노보도 암컷이 임신 가능한 연령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오로지 쾌락을 위해 성관계를 한다.
동성애 역시 자연에서 널리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펭귄, 아마존강 돌고래, 돼지꼬리 마카카, 돌고래, 바다소, 비비류 원숭이, 펭귄, 보노보 등에서 동성애가 관찰된 바 있다. 성욕이 넘치는 돌고래는 거북이, 상어, 심지어 뱀장어들과도 섹스를 한다. 수음, 근친상간, 시간, 강간, 금욕 모두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특성이다. 폐경은 오랫동안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고릴라 암컷의 23퍼센트가 폐경을 겪고, 32퍼센트는 폐경 전 증후군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만이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안다는 믿음도 거짓이다. 해마들도 포식자에게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어린 해마들을 입양하며, 푸른원숭이는 동료 원숭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고함을 질러 경고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위험에 처하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특질들을 보면 인간은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러한 특질이 인간을 오늘날의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다는 믿음 또한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외부적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상태의 경우, 우리는 최초의 이민자들이 자기 부류에서 가장 강한 자들이었으리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중략) 한 전문가는 "아일랜드를 떠난 자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자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제일 역동적이었으며, 제일 야심만만했는데, 우리가 그들에게 성공할 환경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유일한 특질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금으로부터 5만여 년 전, 아프리카에서 잘 살고 있었던 인류의 선조는 어느 날 문득 정든 고향을 벗어나 다른 대륙으로 넘어갈 생각을 했다. 이들은 오늘보다 미래에 더 큰 기회가 있다고 믿었다. 이들은 인류 최초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운명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려고 한 선구자들이었다. 이들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람들이 인류의 영역을 넓히고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해 마침내 문명을 발전시켰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것은 고통인 동시에 기회다. 하나의 선택지에 만족하지 못하고 많은 선택지를 보려고 하면 불안과 결정 장애라는 부작용이 따르기는 해도 결국 인간에게 더 큰 가능성을 제공한다. 그러니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자신을 책망할 필요도 없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상상을 헛된 꿈으로 일축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올 것이라고 믿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