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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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 대단한 상을 탔다고 하면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런 이유로 읽은 책이 적지 않다. 최근 들어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을 죄다 사들여 읽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가즈오 이시구로가 올해 노벨 문학상을 탔기 때문이다.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을 읽은 것도 2017년 나오키 상과 서점 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는 문구에 끌려서였다.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영향력 있는 문학상을 고르라면 아쿠타가와 상과 나오키 상, 서점 대상 정도일 텐데, 이 중에서 나오키 상과 서점 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었다(참고로 나오키 상은 일본 문학계에서 대중에게 널리 읽힐 만한 작품에 수여하는 상이고, 서점 대상은 서점 직원들이 자체 투표를 통해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 1위를 뽑는 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꿀벌과 천둥>이 대중에게 널릴 읽힐 만한 작품인 건 인정하지만 작품 자체는 내 취향과 맞지 않았다. 이 작품은 소설이라기보다 만화 내지는 영화 시나리오 같다. 배경은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신예 피아니스트들의 대경연장인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 3년에 한 번 개최되는 이 콩쿠르에 저마다 다른 배경과 개성을 지닌 피아니스트 넷이 모인다. 


악기점에서 일하는 평범한 가장이지만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지 못한 28세 다카시마 아카시. 정식으로 음악을 배운 적은 없지만 천부적인 실력을 지닌 16세 소년 가자마 진. 한때 천재 소녀로 불렸지만 현재는 평범한 음대생인 에이덴 아야. 유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줄리아드 음악원 출신의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 이들이 총 3차에 걸친 예선과 결선을 거치며 자신들의 기량을 펼치고 피아니스트로서 한 단계 성숙하는 과정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고, 이들이 거의 동등한 실력으로 경쟁을 펼치다 보니 독자의 관심은 자연히 경쟁의 결과, 즉 최종 우승자가 누구인지에 쏠릴 수밖에 없다. 다카시마, 가자마, 에이덴, 마사루 중에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고, 이들 말고도 이들을 위협하는 라이벌이 여럿 나오기 때문에 최종 우승자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한 번 책을 잡으면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없고, 문장을 음미하기 힘들고, 분량이 쓸데없이 길게 느껴진다. 


혹시 작가가 이를 통해 독서와 마찬가지로 콩쿠르 또한 결과에만 집착하면 과정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알려주려고 한 걸까? 만약 이런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 작품을 이런 식으로 전개하고 구성한 것이라면 이 작품을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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