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완전하게 - 더도 덜도 없는 딱 1인분의 삶
이숙명 지음 / 북라이프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내 나이 서른둘. 주변을 둘러보면 결혼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반반쯤 되는 것 같다. 나로서는 아직 결혼할 계획도 없고 생각도 없다. 결혼한 친구들은 결혼하면 좋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 친구들이 힘들게 들어간 직장을 그만두고, 독박 육아를 하고, 남편이나 시부모 흉보는 모습을 보면 나까지 저렇게 살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완전하게>의 저자 이숙명은 25년째 혼자 사는 프로 독거인이자 평생 혼자 살기로 마음먹은 비혼 여성이다. 저자는 한때 "누가 밥을 서른 번 씹어먹으라면 열다섯 번쯤은 씹는 척하는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 주말마다 친구들이 맡긴 축의금 봉투를 짊어지고 몇 시간씩 지하철 타고 결혼식장에 갔다. 거절하는 법을 몰랐다. 하라는 대로 했다. 남이 정해준 인생을 살려고 했다. 


그러다 언젠가 어느 독립영화감독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보통은 영화감독 되려면 영화과 진학부터 하는데 당신은 무슨 배짱으로 월세 보증금 빼서 영화부터 찍었냐고 묻자, 영화감독 왈 "인생에 안전빵'이 어디 있습니까? 정말 이건 안전한 길이다 생각해도 얼마든지 망할 수 있어요. 그럴 바엔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는 게 낫죠." 이 말을 듣고 나서 저자는 어깨 힘을 쭉 뺐다. 착한 아이로 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었다. 거창한 결과가 보장되지 않아도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 보기 싫은 사람, 가기 싫은 곳, 갖기 싫은 것에 대해 요즘 나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싫은데요." 

그리고 거짓말처럼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93쪽) 


저자는 아침잠이 무척 많다. 오죽 아침잠이 많으면 출근하기가 힘들어서 잘 다니던 회사를 관뒀을 정도다. 프리랜서가 되니 안 좋은 점이 많다. 일단 수입이 확 준다. 고정 수입이 없으니 미래가 불안하다. 4대 보험이 안 된다. 하지만 아침에 실컷 잘 수 있다. 컨디션 좋을 때 몰아서 일해도 된다. 컨디션 안 좋으면 내 맘대로 일 안 해도 된다. 겨울엔 추위를 피해 동남아에서 일한다. 여름에도 더위를 피해 북유럽에서 일한다, 고 하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소원이다. 


남편이 없는 대신 친구들과 돈독한 우정을 쌓으며 지낸다. 혼자 사는 친구들끼리 하루라도 연락이 없으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 전화를 꼭 한다. 자식이 없는 대신 조카들에게 사랑을 듬뿍 준다. 혼자 산다고 해서 글자 그대로 혼자 사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도 없다. 배우자가 없고 자식이 없어도 인간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고' 있다. 오로지 배우자가 있고 자식이 있고 가족을 이룬 사람만이 행복하다는 생각은 진실이 아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는 남편을 만나기 전에 항상 함께 여행을 다니거나 자신이 여행 다니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남자를 원한다고 했다. 그땐 그런 게 어떻게 남자를 고르는 기준이 될 수 있나 의아했는데 내가 철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그 친구가 참 똑똑했구나, 생각이 든다. (224쪽) 


이 책에는 저자의 싱글 라이프 말고도 저자가 인상 깊게 본 영화나 함께 나누고 싶은 여행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여자 혼자 외국 여행을 하면 이른바 '전문 추파꾼'의 표적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 한국 여행을 할 때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자 혼자 다닌다고 만만히 보고 온갖 간섭과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람들이 들러붙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여전히 혼자서 여행하고 앞으로도 혼자서 여행할 것이다. "나는 내 인생을,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사는 거니까. 우리 각자 혼자서 완전해지면 되는 거 아니겠나." 그 생각, 매우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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