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특별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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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동안 제법 많은 책을 읽었다. 읽고 있는 책까지 포함하면 만화를 제외해도 열 권이 넘는다. 가장 큰 수확은 칼 세이건의 명저 <코스모스>를 읽은 것이다. 오래전부터 <코스모스>를 읽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끝까지 읽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최근 즐겨듣는 팟캐스트 두 곳에서 동시에 <코스모스>가 소개되었기에 '우주(cosmos)의 계시'라는 생각이 들어 읽기 시작했다(참고로 <코스모스>를 소개한 팟캐스트는 '김태훈의 클래식 클라우드 - 칼 세이건 편'과 '일상기술연구소 - 힘 빼기의 기술 편'이다). 


<코스모스>의 원형은 1980년 미국 PBS에서 방영된 동명의 13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과학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으며, 제작자이자 진행자인 칼 세이건이 저술한 책 또한 엄청나게 팔렸다. <코스모스>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순서에 맞춰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활한 우주에 지구라는 행성이 생기고, 지구 상에 인류가 출현하고, 인간이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우주로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다채롭게 서술한다. 


<코스모스>에는 나처럼 과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과학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 한 사람조차 관심을 기울일 만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케플러, 뉴턴, 아인슈타인 등 과학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학자들의 이야기도 자주 나오고, 문학, 철학, 역사, 사회,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등장해 흥미를 잃을 수 없게 만든다. SF 문학의 대가 허버트 조지 웰스가 <우주 전쟁>을 쓰기 전에 준 외교관의 신분으로 조선에 파견된 적이 있으며, 건배를 뜻하는 'mazeltov'가 히브리어로 '좋은 별자리'를 뜻하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지구가 생명의 발생과 서식에 있어 완벽한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 얼마나 놀라운 우연이며 지구인들에게 얼마나 큰 행운이냐고 감탄하는 소리를 우리는 종종 듣게 된다. (중략) 하지만 이러한 감탄성 주장이 부분적으로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데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지구의 자연환경이 인류에게 훌륭한 조건을 제공하는 것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모든 생물들이 지상에서 태어나서 바로 그곳에서 오랫동안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66쪽) 


칼 세이건은 불가지론자로 유명하다. 저자는 인간이 만든 신이 아닌 우주라는 거대한 질서를 믿었다. 저자는 지구가 인간이 살기에 최적의 환경인 것은 우연이 아니며, 지구에 살기 적합한 인간만이 남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일본의 전통 설화를 소개한다. 1185년 안토쿠 천황과 헤이케 사무라이 일파는 겐지 사무라이 일파의 공격을 받고 단노우라 해안에 뛰어들어 자결했다. 이후 단노우라 해안에선 사무라이의 얼굴을 빼닮은 게가 잡혔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답은 간단하다. 설화를 알고 있는 인근 어부들이 사무라이 얼굴을 닮은 게를 잡지 않고 놓아줬더니 일대에 사무라이 얼굴을 닮은 게만 잔뜩 남은 것이다. 


진화의 초기에는 돌연변이의 작은 차이가 크게 문제 될 바 아니지만 긴 진화의 과정을 통해 돌연변이의 작은 차이들이 누적된 결과는 엄청난 규모의 변화를 가져온다. 오래전에 생긴 사건일수록 그것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지대하기 마련이다. 역사와 마찬가지로 생물 현상에서도 우연이 결정적인 차이를 초래한다. (562쪽) 


칼 세이건은 환경운동가로도 명성을 떨쳤다. 그가 환경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단순하다. 진화의 역사를 보면 초기에 생긴 변화일수록 나중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치명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간의 손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 손에 다섯 개의 손가락, 양손 합쳐 열 개의 손가락이 있다. 이는 인간이 데본기에 번성했던 지골이 다섯 개인 어류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지골이 여섯 개인 어류에서 진화했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 손에 여섯 개의 손가락, 양손 합쳐 열두 개의 손가락을 가졌을 것이다. 십진법으로 계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유전이나 장기의 구조도 달라졌을 것이다. 


환경도 마찬가지다. 공장에서 폐수를 흘려보내면 당장은 환경에 별지장이 없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태계는 물론 전 우주의 질서를 위협할 만큼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저자는 독자들이 부디 "충성의 대상을 인류 전체와 지구 전체로 확대"해 인류가 하나의 생물종으로서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코스모스>의 마지막 문단을 읽노라니 연휴 동안 먹어치운 음식들이 생각난다. 딱히 필요하지 않은데도 사들인 물건들, 제대로 쓰지도 않고 내다 버린 쓰레기들도. 그것들은 어디로 가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나에게 돌아올까.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니 이 책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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