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에서 - 이즈 토오루 작품집
이즈 토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변경에서>는 일본 만화가 이즈 토오루의 데뷔 초기작부터 최신 단편까지 망라한 첫 단편집이다. 이즈 토오루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된 게 이번이 처음이다. 이즈 토오루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한국 웹은 물론 일본 웹에서도 검색해봤지만 만족할 만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2006년 치바 테츠야상 대상을 수상했고, 만화액션 신인상, 소학관 신인코믹대상 등에 입상했으며, 대표작으로는 <꿀벌의 키스>, <에이스>, <총좌의 우르나> 등이 있다는 게 현재로서는 알려진 전부다.


표지를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즈 토오루의 만화는 일반적인 상업 만화와 거리가 멀다. 작화는 실사에 가깝고 데포르메가 거의 없으며, 내용 또한 현실과 유리되지 않고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마저 담고 있다. 다니구치 지로나 오이마 요시토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즈 토오루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변경에서>에는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단편 하나가 끝날 때마다 작가의 코멘터리가 실린 페이지가 나온다.


<STEEL BLUE>는 졸업 작품 전시회를 준비하는 미대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마카스는 그래픽과 출신으로는 드물게 철제 조각 작품을 만들고 있다. 밤낮없이 작업에 매달리지만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가 없다. 교수는 취직할 마음이 없냐고 비웃고, 친구는 예쁜 얼굴 다 상했다고 놀리고, 애인은 작업 따위 집어치우고 같이 자자고 한다. 과연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아마카스는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까. 아마카스가 울음을 참으며 망치질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라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신발끈을 묶어라!>는 또래보다 조숙한 열두 살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마카스(이름이 같은 걸로 보아 <STEEL BLUE>의 주인공 아마카스의 어린 시절인 듯하다)는 내년이면 중학생인데 여전히 유치한 장난을 하는 또래 남자아이들을 바보 취급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굣길에 등교거부 중인 같은 반 남자아이 에토를 만나게 되고, 에토와 함께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게임을 하게 된다. 이 책에 실린 단편 중에서 가장 산뜻하고 유쾌한 작품이다.





표제작 <변경에서>는 인적이 드문 변경에서 철도가 놓일 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막노동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는 막노동꾼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환경을 고발하는 가운데, 등골이 서늘해지는 반전을 마련해 이야기 자체의 재미를 돋운다. 이 밖에도 <신발끈을 묶어라! 겨울>, <넘치다 가라앉은 이야기들>, <NO TITLE> 등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작품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높고 내용도 묵직해서 한 번 읽어봐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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