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나비 6
모리시타 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꼬일 대로 꼬인 남녀 관계를 다룬 만화만 계속 보다가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커플의 풋풋한 러브 스토리를 그린 정통 순정 만화를 보니 마음이 참 편했다. 남녀 주인공 모두 비주얼이 훈훈하고 행동이 귀여워서 꼭 나의 첫 연애를 보는 것 같았다(거짓말).





학교 최고의 미소녀 스이렌은 말이 없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스이렌은 같은 학교 공수도부 소속의 카와스미를 짝사랑하는데, 실은 카와스미도 남몰래 스이렌을 좋아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귀기로 한두 사람. 하지만 둘 다 첫 연애라서 사귄다는 게 뭔지, 데이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 일단 다가오는 일요일에 만나기로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만나면 대체 뭘 해야 할까. 대책 없이 시간만 흐른다.





일요일이 되고 스이렌의 집 앞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일단 거리를 걷기로 한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기로 한다(학생이라서 돈 없을 때 하는 데이트 패턴 ㅋㅋ). 하지만 좀처럼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길을 걷다가 카와스미의 공수도부 선배들을 마주친다. 쩔쩔매는 카와스미와 부끄러워하는 스이렌. 눈치 없는 선배들은 카와스미한테 여자친구 발에서 피가 난다고 알려주고 자리를 떠난다. 


그제야 카와스미는 스이렌이 익숙지 않은 구두를 신고 걷다가 발에서 피가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한 자신을 탓한다. 남자친구한테 잘 보이려고 익숙지 않은 구두를 신고 나온 스이렌도 귀엽고, 여자친구가 구두를 신고 온 것도 모르고 하염없이 걷게 만들었다고 자책하는 카와스미도 귀엽다(어쩐지 부모 마음 ㅋㅋ).





첫사랑의 설렘이 가득한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가운데, 드물게 폭소가 터졌던 대목이 있다. 두 사람이 사귀기로 하고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스이렌은 카와스미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데 뭘 줘야 할지 몰라서 고민 고민하다가 따뜻한 장갑을 선물한다. 카와스미도 스이렌과 같은 마음으로 스이렌을 위한 선물을 골랐다며 선물을 내미는데...





선물의 정체는 수.학. 참.고.서! 카와스미 딴에는 스이렌에게 필요한 게 뭘까 고민 고민하다가 스이렌이 수학을 잘 못하니 수학 참고서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선물로 줬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수학 참고서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줄이야. 


나라면 낭만이 없다며 다른 선물을 요구했겠지만, 아직 어린 데다가 처음 사랑에 빠져서 콩깍지가 제대로 씐 스이렌은 이제까지 수학 참고서보다 더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받아본 적이 없다는 표정을 지을 따름이다. 카와스미가 나를 이만큼 생각해줬다니! 학교에서도 수학 참고서를 보면서 싱글벙글 웃는다(이러다 수학 전국 1등할 기세 ㅋㅋ).





스이렌과 카와스미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내가 이들 또래였을 때의 일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좋아하는 남자아이와 눈만 마주쳐도 기뻤던 그때. 그 아이가 나한테 말을 걸면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했던 그때. 그 아이가 준 선물을 보물처럼 간직했던 그때. 그 시절 그 순수했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이제는 아득하게 먼 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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