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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마니아 2
쿠제 가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1권은 다 읽고 나서 '판타지가 가미된 개그 만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2권은 다 읽고 나서 '현실에 대한 고도의 풍자만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2권 책날개에 적힌 작가의 말 - '날 수 있는데도 날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삶을 가장 제대로 표현한 부분입니다. 나태함인지, 퇴화인지, 아니면 해탈인지 - 을 읽고 내 생각이 맞음을 확신했다.
토리마니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날개를 가진 '새 인간'이 사는 나라다. 토리마니아 사람은 모두 날개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어려서 '날개 접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점차 나는 법을 잊는다. 1권을 읽을 때만 해도 '날개 접는 법'이 말 그대로 날개를 접는 기술인 줄 알았는데, 2권을 읽으면서 보니 현실에 적응하는 기술, 평범한 어른이 되는 기술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인 것 같다.

보육교사 카라스다니가 담당하는 아이들은 아직 날개 접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그래서 어른들 듣기 좋은 말을 할 줄 모르고 속마음을 숨김 없이 그대로 말한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카라스다니에게 다가와 말한다. 엄마가 네일 아트 받은 손톱 망가질까 봐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고. 구두 신으면 발 아프다고 공원에 데려가 주지 않는다고.
카라스다니는 고민 끝에 아이들에게 전해 들은 말을 학부모들에게 전했다가 큰 후회를 한다. 지금쯤 학부모들 사이에서 험담이 돌 거라고, 단체 채팅방에서 카라스다니를 잘근잘근 씹고 있을 거라고 온갖 상상을 한다(그리고 그 상상 대부분은 사실로 드러난다). '바른 말' 하는 사람보다 '듣기 좋은 말' 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에서 '바른 말'을 해버린 카라스다니는 과연 어떻게 될까. 나라면 어떻게 할까. 마음이 착잡하다.

미대생 츠루모토 비앙코는 졸업 과제를 하는 대신 구직 활동에 매달리고 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미대에 들어간 츠루모토는 미대 출신으로는 일반 기업에 입사하기 힘든 현실을 깨닫고 '멘붕'에 빠졌다. 입만 열면 비관적인 말을 늘어놓고, 아직 대학에 입학하지도 않은 학생들에게 설교를 늘어놓는다.

캐릭터는 밉상인데 하는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솔직히 하고 싶지도 않은 구직활동 후의 노동을 굳이 시켜달라며 죽어라 겸손 떠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까딱 잘못하면 생트집 뺨칠 정도의 막말을 쏟아내도 용서받는 이 풍조."라는 문장은 오늘날 구직자들이 겪는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한다. "단지 그림 그릴 줄 아는 것만으론 먹고 살 수 없으니까."라는 한탄에도 백 번 공감한다.
사실 츠루모토는 미대 안에서도 독보적으로 그림을 잘 그리는 천재다. 같은 미대 학생들조차 츠루모토의 실력을 인정할 정도다. 츠루모토는 왜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바로 보지 못할까. 미대까지 나왔으면서 그림 그리는 능력 하나로 먹고살아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까. 현실을 경험해보지도 않고 지레짐작하고 포기할까. 츠루모토가 가진 '날개'를 꺾은 건 사회가 아니라 츠루모토 자신이 아닐까.

한편, 아카리가 머무는 하숙집의 오너 우즈하시 마로네의 학창 시절을 짐작할 수 있는 에피소드도 나온다. 우즈하시와 카라스다니는 고등학교 때 이미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카라스다니는 우즈하시한테 좋아한다고 고백까지 했지만 연인으로 발전하지는 못한 채 현재에 이르렀다. 우즈하시는 이제야 카라스다니가 자신에게 보인 애정을 깨닫지만, 카라스다니는 아카리와 잘 되어가는 상태. 과연 이들의 삼각관계는 어떻게 될까. 러브 스토리 쪽도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