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의 꽃이라면 떨어져라 1
나츠메 아야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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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메 아야노의 <절벽의 꽃이라면 떨어져라>는 앞서 읽은 <쿠즈미 군, 분위기 파악하나요?>와 주인공 성별만 바꾼 듯한 작품이다. <쿠즈미 군, 분위기 파악하나요?>가 교내 최고 인기녀 사쿠라가 같은 반 남학생 쿠즈미를 짝사랑하는 내용이라면, <절벽의 꽃이라면 떨어져라>는 교내 최고 인기남 시라이시 코우타가 같은 반 여학생 쿠로카와를 짝사랑하는 내용이다. 둘 다 일반적인 순정만화가 아니라 개그 요소가 강한 가벼운 느낌의 순정만화라는 점도 비슷하다.





시라이시 코우타는 아이돌 뺨치는 외모에 성적도 우수하고 성격까지 좋은 교내 최고의 인기남이다. 시라이시를 보고 반하지 않는 여자가 없고, 시라이시 역시 "나에게 반하지 않는 여자는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교내의 여학생들 모두 시라이시를 이성으로 의식하고 좋아한다. 단 한 사람, 쿠로카와 카오리만 빼고...





쿠로카와 카오리 역시 지성과 미모를 모두 갖춘 톱클래스의 미소녀다. 교내 최고의 인기남이 시라이시라면 교내 최고의 인기녀는 쿠로카와라고 할까. 시라이시 주변의 남학생들은 모두 쿠로카와를 이성으로 의식하고 좋아하지만, 시라이시는 쿠로카와를 이성으로 의식하지도 않거니와 좋아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쿠로카와를 반드시 타도해야 할 '경쟁 상대'로 여긴다.





시라이시가 이렇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어느 날 시라이시는 쿠로카와를 유혹할 요량으로 '벽쿵(카베동, 여자를 벽에 가두고 유혹하는 행위)'을 시전했다가 역으로 '턱꾸욱(아고쿠이, 남성이 자신과 마주 보고 있는 여성의 턱을 손으로 살짝 들어 올려 시선을 맞추는 동작)'을 당한다. 


이제까지 시라이시가 '벽쿵'을 하면 넘어오지 않는 여자가 없었는데, 쿠로카와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은 데다가 가볍게 '턱꾸욱'으로 되받아치며 시라이시를 '심쿵'하게 만든다. 시라이시는 자신보다 심쿵 스킬이 뛰어난 여자가 있다는 사실에 굴욕을 느낀다(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한편, 시라이시의 콧대를 꺾은 쿠로카와에게도 고민이 있었으니, 시도 때도 없이 남들을 심쿵하게 만드는 버릇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뿐 아니라 남자들한테도 매력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체육 시간에 친구가 쓰러지면 바로 달려가서 공주님 안기를 하지 않나. 자연스럽게 상대를 차도 쪽에서 인도 쪽으로 이끌지 않나. 훈남보다 더 훈남스러운 행동을 하니 나라도 반하겠다(실제로 쿠로카와의 동성 친구 여럿이 쿠로카와 때문에 코피 꽤나 쏟는다 ^^). 


쿠로카와는 교내 최고의 인기남인 시라이시에게 도움을 청하고, 안 그래도 쿠로카와를 눈엣가시로 여기던 시라이시는 쿠로카와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이 날부터 시라이시는 쿠로카와를 지켜보면서 쿠로카와가 훈남스러운 행동을 할 때마다 지적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데, 점점 자신의 역할을 잊고 쿠로카와의 매력에 빠져드니 이걸 어쩔꼬...





이 만화는 무엇보다 쿠로카와 카오리의 매력이 대단하다. 보통 남자가 하면 여자가 반할 만한 행동을 여자인 쿠로카와가 하는데 얼마나 멋진지. 시라이시가 처음엔 쿠로카와를 눈엣가시로 여기다가 점점 쿠로카와의 매력에 빠지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혹시 이 만화를 영화화 또는 드라마화 한다면 야마모토 사야카를 강력 추천합니다 ^^).





연애할 때 남자 역할, 여자 역할이 따로 있다는 편견을 은근슬쩍 비꼬는 점도 좋다. 여자도 남자처럼 카베동, 아고쿠이 잘할 수 있고, 남자도 여자처럼 카베동, 아고쿠이 당하면 심쿵할 수 있다. 만약 이게 보편적인 생각이라면 쿠로카와가 자신의 행동이 '여자답지' 못하다고 한탄하지도 않고, 시라이시가 쿠로카와에게 끌리는 마음을 부자연스럽게 여기지도 않았을 텐데. 성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타파하려고 노력하는 이런 만화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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