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 4285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나무의철학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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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는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일종의 수기다. 저자는 일찍 결혼한 부모 슬하에서 둘째 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은 아버지의 학대와 폭력으로 점철되었다. 견디다 못한 어머니가 자식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 식당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했지만, 어머니가 버는 돈은 네 가족이 넉넉히 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때 어머니는 겨우 마흔세 살이었고, 저자는 스물여섯 살이었다.


충격을 받은 저자는 삶을 거의 포기했다. 남편 몰래 다른 남자들과 잠자리를 가졌고, 약물에도 손을 댔다. 그렇게 삶의 밑바닥을 쳤을 때, 저자의 눈에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안내서가 들어왔다.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 너머에 이르는, 4,000킬로미터가 넘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홀로 걷고 나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하여 1995년 어느 여름날, 저자는 마침내 자기 몸만큼 큰 배낭을 들쳐매고 혼자서 길을 떠난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완주는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거친 황야나 울퉁불퉁한 산길을 걷다가 발톱이 몇 개씩 빠지는 건 기본이고, 발이 퉁퉁 붓다 못해 피범벅이 되기도 했다. 식량이 떨어져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걷거나, 목이 마른데 마실 물이 없어 괴로웠던 순간도 있었다. 자고 있는데 징그러운 벌레가 텐트 안으로 기어들어오거나, 야생 동물이 나타나 위협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인적 없는 길 위에서 남자를 마주쳤을 때다. 여자 혼자 여행하는 걸 보니 무슨 사연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조롱을 하는 남자는 차라리 나았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굴다가 저자가 같이 잘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자 곧바로 태도를 바꾸고 위협적으로 구는 남자도 있었고, 보는 눈만 없으면 당장이라도 덮칠 기세로 나오는 남자도 있었다. 다행히 저자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지만, 저자처럼 여자 혼자 여행을 하다가 강간을 당하거나 살해를 당하면 피해자인 여자가 비난받지(쯧쯧, 그러게 애초에 여자 혼자 그런 험한 길을 왜 가누), 가해자가 비난받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결국 저자는 이 도전에 성공하고, 원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간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나,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 작가가 되고 싶었던 나,. 순수한 사랑을 동경했던 나, 가족을 사랑했던 나, 엄마가 바라는 모습의 딸이 되고 싶었던 나를 되찾는다.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인생처럼 나의 삶도 신비로우면서도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고귀한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내 곁에 있는 바로 그것." 


이 책은 2015년 리즈 위더스푼이 제작, 감독, 주연을 맡은 영화 <와일드>로 제작되기도 했다. 책이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라면 영화는 리즈 위더스푼의 <와일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리즈 위더스푼의 연출과 연기가 탁월하다. 지금 이 계절과도 잘 어울리는 영화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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