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법을 배우기
시어도어 다이먼 지음, 원성완 옮김 / 민들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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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보면 수업 시간에 졸지도 않고 야자 한 번 빠지는 일 없이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성적은 그저 그런 아이들이 있었다. 반면 수업 시간에 노트 필기도 안 하고 시험 전에 벼락치기할 뿐인데도 성적이 잘 나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공부량만 따지면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많겠지만, 공부량 대비 성적, 즉 투입 대비 산출을 따지면 전자보다 후자가 월등히 높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길까? 


시오도어 다이먼이 쓴 <배우는 법을 배우기>에 따르면 전자는 "배움의 열쇠는 애쓰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명료하게 생각하는 데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다. 저자는 아들 조시가 글씨를 못 쓴다고 걱정하는 여자의 사례를 소개한다. 수많은 교사들이 조시에게 글씨 연습을 시켰지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저자는 한 번에 조시의 글씨를 보기 좋게 바꿨다. 비결은 글씨를 '쓰지' 말고 '그리는' 것이었다. 저자는 조시에게 연필을 꽉 쥐지 말고 글씨를 최대한 똑같이 그려보라고 주문했다. 그랬더니 조시는 전보다 글씨를 잘 쓸 수 있게 되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교사와 부모는 아이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채근하는 존재가 될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기술을 알려주고 공부하는 과정이 몸에 배도록 이끌어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물고기를 많이 잡으라고 잔소리만 하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직접 가르쳐줘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교육 환경이 공부에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그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만 부여하고 열심히 하지 않았을 때의 책임만 강조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뭔가를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하지 못한 채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된 후에 배움을 기피하거나 남이 만든 것을 따라 하는 일만 반복하며 살 수밖에 없다. 


계속 실패가 반복될 때 학생은 자연스레 자신감을 잃게 되고 결국 무언가를 수행하라고 할 때면 걱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은 과제에 직면할 때 공포증과 같은 병적인 불안 또는 패닉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 친구가 겪었던 문제의 핵심은 학습과정의 난관이었지 정서적 혼란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때는 심리상담사가 아니라 지혜로운 교사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48쪽) 


저자는 학습 과정에서 학생이 겪는 정서적 혼란은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학습 과정이 잘못되었거나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기 마련인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교사가 해소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교육적 문제라고 설명한다.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 공부가 잘 안 되거나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걱정할 때, 주변 어른들은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기만 했지, 모르는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방법이나 취약한 과목을 잘 할 수 있는 기술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때는 그게 온전히 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따르면 나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게으른 것이었다. 학생을 가르치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그만큼 교육은 어렵고 고된 길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 몇 명이 안다고 넘어가면 안 되는데, 공부 못하는 학생도 알 때까지 가르쳐야 되는데,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교사는 찾아보기 힘들다(내 경험상으로는 한 명도 없었다). 과연 그런 교사들이 학생들을 향해 열심히 공부하라고 다그칠 자격이 있는 걸까. 기분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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