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겨울 에디션)
조유미 지음, 화가율 그림 / 허밍버드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남자는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여자는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아는 남자들 대부분이 자신을 보통 이상의 외모와 재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는 반면, 내가 아는 여자들 대부분이 자신을 보통 이하의 외모와 재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남녀 모두 겉으로만 그렇게 말할 뿐 속으로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여자는 왜 자신을 과소평가할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할까. 예쁜 모습을 예쁘다고 말하지 못할까. 열심히 살면서 열심히 산다고 칭찬하지 못할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연습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조유미 작가의 에세이집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이다. 


조유미 작가는 2014년 페이스북에 '사연을 읽어주는 여자'라는 채널을 개설해 아름답고 감성적인 글을 남기고 있다. 조유미 작가가 마음을 사로잡은 구독자 수는 무려 120만 명. 2016년 첫 책 <사연을 읽어주는 여자>를 출간했고, 올해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를 출간하며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SNS 때문에 상처받았던 경험으로 운을 뗀다. 인간관계가 넓지 않은 데다가 외출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던 언젠가의 날. 저자는 일상적인 글을 올렸을 때 댓글만 수십여 개가 달리는 지인들과 달리 자신의 글에는 고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댓글이 달려 속상했다. 자신의 좁은 인간관계와 낮은 사회성이 SNS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불편했다.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사회 활동이 늘어나면서 SNS에 글을 올렸을 때 달리는 댓글 수도 늘어나고 반응도 많아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아지기는커녕 더 지치고 피곤했다.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친구들과 놀다가 포즈를 취하는 것도, 남들한테 잘 보이려고 일부려 잘 차려 입고 화장을 하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건 내가 아니니까. 진짜 내가 아니니까. 


그토록 부러워하던 삶인데, 왜 즐겁지 않을까. 부럽다고 생각했던 삶을 좇았는데, 왜 내 마음은 행복하지 않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진짜 내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마음 때문에 억지로 꾸며 낸 모습.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다. 아니, 자연스러울 리가 없었다. (16쪽) 


저자의 솔직한 고백은 사랑에 관한 글에서도 이어진다. 3년을 사귄 사람과 헤어졌다. 그 사람은 나에게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내가 하면 안 되는 거라면 당신도 하지 말라고 몇 번을 얘기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고치지 않았다. 웬만해선 화를 내지 않는 성격인데 일주일에 두세 번은 기본으로 싸웠다. 결국 헤어졌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3년을 참았으니 더 참을 수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말한다. 3년을 참았으니 더 참을 수 없었다고. 다른 게 다 싫어도 이것 하나 때문에 좋아지는 게 사랑의 시작이라면, 다른 게 다 좋아도 이것 하나 때문에 싫어지는 게 사랑의 끝이다. 


내가 너를 잃은 게 아니라 네가 나를 잃은 것이다. 내가 감당해야 했던 건 그와 함께한 과거였는데, 그가 감당해야 하는 건 나와 함께하지 못한 미래라는 것. 지켜야 할 것을 지켰다면 내가 그에게 더 큰 행복을 안겨주었을 텐데, 그 사람은 행복한 미래를 안겨줄 나를 놓친 것이다. (115쪽) 


20대를 통과하며 깨달은 것들도 고백한다. 저자는 대학 시절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워 넣으려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디자인, 프로그래밍, 마케팅, 스피치 등 여러 분야를 연마했고 어느 분야든 평균은 했지만 뛰어나지는 않았기에 공모전에서 상을 받지도 못했고 취업할 때 서류에 쓸 수도 없었다. 


당시에는 그 시간들이 다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돈과 시간과 노력을 날린 줄 알았다. 하지만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그때 배웠던 지식들을 쓸 일이 생겼다. 배울 당시에는 상이나 취업이라는 결과물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나중에 다른 결과물로 나타났고 저자의 현재를 만들었다. 그러니 뭐라도 열심히 부지런히 해두라는 저자의 말에 나 또한 용기를 얻었다. 


살면서 내가 놓친 건 순간순간의 행복이었다. 잘되든 잘 안되든 매 순간을 즐겨야 했는데 부정의 늪에서 헤매느라 그러지 못했다... 부정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잘못된 것도 아니고 안 좋은 것도 아니고, 그저 아까웠다. 유한한 인생을 무한한 것처럼 살아왔던 장면들이 참 아까웠다. (228쪽)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담긴 글을 읽고 있노라니 저자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요즘처럼 볼거리, 읽을거리가 넘치는 시대에 저자의 글을 읽고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SNS 상에서는 모두가 멋지고 잘나 보이지만, 실은 다들 나처럼 불안해하고 힘들어한다는 것. 사는 게 팍팍하고 사람 만나는 게 버거워서 고민하고 때로는 싸우고 화내고 울기도 한다는 것.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로가 되고 자기 자신이 덜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이 책을 읽고,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 독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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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3 2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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