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없는 달 - 환색에도력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야베 미유키 하면 한국에선 <화차>나 <모방범> 같은 현대물이 유명하지만, 일본에선 미야베 미유키의 현대물과 시대물이 두루 사랑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출판사 북스피어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물을 '미야베 월드 제2막'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도맡다시피 하여 선보이고 있는데,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번역과 만듦새가 훌륭해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부푼 마음으로 읽고 있다. 


얼마 전 '미야베 월드 제2막'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제목은 <신이 없는 달>.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말하는 검>을 잇는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소설 작품집으로, 달력의 열두 달에 얽힌 열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단편집답게 작품마다 특색이 있다. 어떤 작품은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하고, 어떤 작품은 배를 잡고 구를 만큼 우습고, 어떤 작품은 애잔해서 눈에 눈물이 핑 돈다.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얼굴 바라기>이다. 자타 공인 후카가와 제일의 추녀 오노부에게 어느 날 중매가 들어온다. 상대는 후카가와 최고의 미남이자 나막신 가게의 외아들 시게타로. 오노부는 시게타로가 자신을 아내로 삼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듣고 아연실색하며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시게타로와 그의 가족들을 만나보니 놀리는 기색이 전혀 없다. 오히려 오노부가 세상에 둘도 없는 미녀라고 칭송하며 하루빨리 식구로 맞이하고 싶어 한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한국어판의 표제작 <신이 없는 달>은 읽으면 마음이 먹먹해지는 작품이다. 매년 시월이 되면 소액의 돈을 딱 한 번만 훔치는 강도가 있다. 강도가 돈을 훔치는 이유는 음력 시월에 태어난 딸의 병간호를 하기 위해서다. 일본에선 예부터 음력 시월을 '신무월(神無月)', 즉 '신이 없는 달'이라고 불렀다. 신이 없는 달에 태어난 딸을 위해, 신이 자리를 비운 탓에 생겨난 불행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강도는 신이 없는 달에만 돈을 훔친다. 올해도 어김없이 음력 시월이 오고, 아픈 딸은 여전히 병치레 중이다.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며 돈을 훔치러 나가는 강도. 과연 그는 무사할 수 있을까. 열린 결말이라서 더욱 애가 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