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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8월
평점 :

이사카 고타로의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는 '(좋은 의미로)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참신하고 기발한 소설이다. 비슷한 소설을 굳이 찾자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 감은 새>,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 정도일까.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과 현실에 대한 풍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특히 닮았다.
이야기의 시작은 평범하다. 회사원 마에다 겐지는 밤에 아내와 텔레비전을 보면서 한잔하다가 요즘 회사에서 맡고 있는 일 이야기를 꺼낸다. 마에다가 맡고 있는 구조조정 업무가 꼭 중세 마녀사냥을 닮았다는, 넋두리 섞인 농담 비슷한 이야기다. 그런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고 경찰이 들이닥쳐서는 마에다를 경시청으로 끌고 간다. 마에다의 죄목은 해외 테러 조직과의 무기 거래에 관여했다는 것. 경찰은 그 증거로 마에다의 회사 컴퓨터에서 발견된, 테러 조직과 주고받은 메일을 들이민다. 마에다는 본 적 없는 메일이라고, 누군가가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아무도 마에다를 믿어주지 않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는 마에다 같은 위험인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평화 경찰'이라는 조직을 신설하고, 마에다 같은 위험인물을 사전에 포착해 제거하는 '공개처형' 제도를 실시한다. 사람들은 공포에 떨면서도,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평화 경찰에 복종하고 공개처형 당할 인물을 열심히 지목한다. 그때, 검은 옷을 입은 고독한 영웅이 나타나 평화 경찰과 대립하는데... 과연 그는 누구이며 이 가혹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나라를 떠나면 돼. 다만 어느 나라에 가든 이 사회의 연장선상에 있지. 일본보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도 있어. 약도 없고 에어컨도 없지. 말라리아 때문에 고생하는 나라도 있어. 이 나라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예 화성에 가서 살 생각이야? (121쪽)
이 소설에서 눈여겨볼 점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죄 없는 사람이 모함을 당해 처형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는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상황에 순응한다는 것이다. 어쩌다 이런 상황에 대해 불만을 품는 사람이 나타나면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면 화성에라도 가서 살 것이냐. 지금이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다른 버전이 떠오른다. 이 직장 나가면 더 나은 직장이 있을 줄 아느냐. 이 나라 떠나면 더 나은 곳이 있을 줄 아느냐. 우리 때는 더 나빴다. 배부른 소리 한다. 쥐뿔도 없는 게. 고마운 줄 모르고... 우물 안 개구리들.
저자가 제시한 평화 경찰, 공개 처형, 안전 구역 같은 개념이 극단적이어서 그렇지, 저자가 묘사하는 사회상은 우리가 사는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는 안전과 평화라는 명목으로 국민들을 옥죄고, 경제는 재벌의 손아귀에 들어간 지 오래고, 교육은 학원 폭력에 신음하고, 여성은 괴한에게 구타 당하고 성폭행 당할 위기에 항시 노출되어 있는 사회. 이건 당장 오늘자 뉴스만 보아도 확인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소설 속 사회를 구한 영웅의 정체가 나처럼 대단할 것 없고 특별할 것 없는 소시민이라는 점이 더 반갑다. 누구나 약간의 문제의식과 정의감과 용기만 있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도.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소시민 중에 누가 영웅인지 추리하며 읽는 것도 이 소설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