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드 앤드 버터 5
아시하라 히나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인생 만화 중 하나인 <브레드 앤 버터> 5권이 나왔다. 4권이 작년 8월에 나왔으니 딱 1년 만이다. 


내가 <브레드 앤 버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현실 연애'에 가깝다는 것이다. 주인공 유즈키가 초등학교 교사라는 좋은 직업을 그만두고 동네 빵집에 취직하는 것이나, 겨우 두 번 만난 빵집 주인 요이치에게 청혼하는 건 비현실적이지만, 몸만 성숙했지 관계에는 여전히 미숙한 어른들이 일과 연애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모습이나, 특히 연애에 있어 일보 전진한 듯하면 이보 후퇴하는 하는 모습이 적어도 내게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번 5권은 더욱 그랬다. 5권은 요이치의 전 여자친구 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요이치와 오랜 동거 끝에 헤어진 쥰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상대는 이웃에 사는 남자. 쥰의 지인들은 오랫동안 싱글이었던 쥰이 어서 빨리 연애를 시작하길 바라지만, 쥰은 혼자 지내는 게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데이트를 거절한다. 음식을 만들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라인으로 서로에게 사진을 보내는 것이 둘 사이에 일어나는 일의 전부다. 


그러던 어느 날 쥰은 남자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요이치와 살면서 자신은 요이치를 돌봐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요이치는 인기 만화가로 잘 나가고 자기만 혼자 뒤처져 있었고, 뭐든지 좋으니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음식을 열심히 만들다 보니 요리 솜씨만 늘었다는 이야기를. 결국 쥰은 이 남자와 잘 되고, 요이치를 위해 음식을 만들었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살면서 나이를 먹다 보면 쓸데없는 일은 의외로 없는 것 같아요." 내게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올까. 


한편, 유즈키는 요이치로부터 가게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비싼 재료로 정성 들여 만든 빵을 싼값에 적게 팔다 보니 재정이 악화되는 것은 당연지사. 문방구가 있는 땅을 팔아 역 근처의 입지 좋은 곳에 근사한 점포를 내면 재정 상황이 안정될 것이라고 요이치는 말한다. 그러나 문방구는 요이치에게 특별한 추억이 있는 자리. 이런 자리를 팔아도 괜찮으냐는 유즈키의 물음에, 요이치는 결혼을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답한다. 유즈키는 요이치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찜찜하다. 


심지어 유즈키는 요이치가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고 충격에 빠진다. 요이치가 말하기를, 유즈키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즈키가 착하고 좋은 사람이니까 결혼하려는 것이라고. 착하고 좋은 사람.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유즈키는 왠지 서운하다. 요이치가 결혼을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서 하는 게 아니라 유즈키가 먼저 청혼해서, 의무감에 해치우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만난 지 두 번만에 결혼하기로 정하고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 두 사람의 관계에 브레이크가 걸리니 마음은 찝찝한데 이야기로서는 재미있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요이치가 유즈키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날이 올까? 아니면 이대로 두 사람 모두 '착하고 좋은 사람'인 채로 결혼에 골인할까? 그것도 아니면 결혼 이야기는 없었던 것이 될까? 어서 다음 6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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