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아파트의 우아한 일상 13
미야마 와카 지음, 히노와 코즈키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괴물을 보는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 무서운 걸 원하면 공포물을 보면 되고, 스릴을 원하면 미스터리물을 보면 될 텐데. 내 생각에 요괴물은 이질적인 존재들이 어울려 살면서 친해지고 서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보는 재미 때문에 보는 것 같다. 


코즈키 히노와의 라이트 노벨이 원작인 만화 <요괴 아파트의 우아한 일상>도 그런 이야기다. 16세 소년 이나바 유시는 3년 전에 부모를 잃고 큰아버지 집에 얹혀살게 된다. 고등학교부터는 기숙사에 들어가 자립하겠다고 결심했지만, 기숙사가 화재로 불타버리는 바람에 갈 곳을 잃고 결국 집세가 2만 5천 엔에 불과한 허름한 아파트에 들어가 살게 된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정체는 사실 요괴들이 집단 거주하는 요괴 아파트였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유시는 좌절하지만 때는 늦었고, 덕분에 요괴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외롭지 않은 고교 생활을 보내게 된다. 겉보기엔 무서워도 속마음은 여리고 착한 요괴의 반전 매력 때문에 요괴물 보는 게 아니겠냐는 ㅎㅎ





최근 발행된 13권에는 치아키 선생님이 예전 학교에서 겪은 스토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잘생긴 외모와 날렵한 몸매, 뛰어난 실력을 고루 갖춘 치아키 선생님은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도 인기가 높지만 예전에 다녔던 학교에서도 인기가 엄청났다. 그중에 요코라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수수하고 눈에 잘 안 띄는 학생이라서 치아키에게도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치아키의 광팬이었던 것. 


어느 날 요코는 치아키와 자신이 주인공인 망상 연애 소설을 쓰다가 반 아이들에게 들켰고, 이 일을 계기로 반 아이들에게 완전히 무시를 당하게 되었다. 견디지 못한 요코가 치아키를 덮쳤고, 이 사건으로 인해 치아키의 손에는 지금도 큼지막한 상처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요코의 어머니였는데, 남편이 외도를 한 후 집을 나가는 바람에 혼자가 된 요코의 어머니는 하나뿐인 딸 요코를 엄격하게 대했고, 성(性)은 더럽고 위험한 것이라고 가르쳤다. 성장한 요코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지만, 어머니로부터 주입된 가르침에 따르면 이 마음은 더럽고 위험한 것. 결국 요코는 자신의 감정을 스토킹이라는 왜곡된 형태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요코가 불쌍하긴 하지만 죄를 지은 건 사실. "자식은 부모의 피와 살로 만들어졌"지만 "거기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도 부모의 중요한 임무"인데, 자식을 "언제까지고 어린애"로 여기면서 자식이 성에 관심을 가지면 "어린애 주제에 천박하다며" 무시하는 것이 이런 범죄를 낳는가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하다. 그렇다고 제한 없이 장려할 수도 없고... 





한편, 유시의 배에 웬 하얗고 통통한 요마가 달라붙는 바람에 요시는 본의 아니게 임신 체험을 하게 된다. 유시는 요마가 배에 붙어있어서 허리를 굽혀 물건을 드는 간단한 동작도 배에 무리를 줄까 봐 못하고, 요마가 유시의 정기를 흡수하기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밥도 평소보다 많이 먹어야 하는 등 갖은 고생을 하게 된다(현실의 남자들이 이 체험을 해봐야 하는데...). 


13권만 봐서 전체적으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기대한 것보다 훨씬 교훈적이다. 감동 만화, 힐링 만화 좋아하는 독자분들에게 추천한다. 3분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현재 방영 중이며, 한국에선 애니플러스를 통해 볼 수 있다. 평이 괜찮아서 언제 한 번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