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연대기 클래식 호러
로버트 E. 하워드 외 지음, 정진영 엮고 옮김 / 책세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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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비물과 친하지 않다. 좀비물의 대명사 격인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도 안 봤고, 천만 관객이 관람한 한국판 좀비 영화 <부산행>도 안 봤다. 굳이 떠올리자면 김중혁의 첫 장편 소설인 <좀비들> 정도. 그런데 최근 <왕좌의 게임>을 보면서 좀비물에 관심이 생겼다. <왕좌의 게임>에 '화이트 워커'로 불리는 일종의 아이스 좀비가 나오는데, 화이트 워커가 나올 때마다 너무 무서워서 이래서 다들 좀비물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죽여도 죽지 않고 죽어도 죽을 수 없는 존재라니.. 아아 오싹하다).


<좀비 연대기>는 로버트 어빈 하워드, 존 버거, 가넷 웨스턴 허터, 라프카디오 헌 등 세계적인 작가 12인이 남긴 좀비 소설을 엮은 단편집이다. 이렇게 유명한 작가들이 똑같이 좀비에 관심을 가지고 똑같이 좀비 소설을 썼다니 신기하다. 라프카디오 헌은 일본에 귀화할 만큼 일본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일본 문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인데, 그런 그가 다름 아닌 좀비에 매료되었던 적이 있다니 묘하다. 


이들이 쓴 작품은 더욱 묘하다. 좀비 소설 하면 평화로운 마을에 갑자기 좀비가 나타나서 이유도 목적도 없이 사람들을 뒤쫓다가 끝내 좀비로 만들어버리는 줄거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이 책에 실린 작품들 속 좀비는 좀비가 된 이유가 있고 죽어도 죽지 못한 채 사람들을 뒤쫓는 이유가 있다. 이를테면 백인 노예주에게 착취당하던 흑인 노예가 백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좀비가 되었다든가, 아버지의 실험 대상으로 이용된 아들이 좀비가 되어 아버지에게 피의 복수를 한다든가. 


어떻게 보면 좀비는 우리네 전설이나 민담에 등장하는 귀신을 닮았다. 증오에 의해 만들어지고 복수를 위해 다시 나타나는 존재가 좀비라면, 우리네 전설이나 민담에도 이승에서 억울하게 죽어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에서 떠도는 원혼이나 귀신이 많이 나온다. 이를테면 <장화홍련전>의 장화와 홍련이라든가. 이 책을 통해 좀비의 원형과 좀비 이야기의 다양한 버전을 알고 나니 좀비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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