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월 1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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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북해의 별>로 데뷔한 이래 <비천무>, <테르미도르>, <불의 검> 등 명작을 차례로 발표하며 한국의 순정만화계를 이끌어온 김혜린의 신작 <인월(引月)>이 출간되었다. 표지만 보면 아리따운 여인이 주인공인 서정적인 만화일 것 같은데, 막상 읽어보면 개성이 다른 두 형제가 주인공인 선 굵은 만화다. 


배경은 고려 말. 주인공은 대를 이어 염전에서 일하는 노비인 감동과 마동 형제다. 형인 감동은 어려서부터 머리가 좋고 노비인데도 글자를 읽을 줄 아는 대신 힘쓰는 일을 잘 못해서 혼나기 일쑤다. 반면 동생인 마동은 힘이 세고 일도 잘 해서, 일 못한다고 구박받는 형을 대신해 자신이 일을 했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하다. 


어느 날 감동과 마동 형제는 바다에서 해변으로 떠내려온 왜구 소년 쥬로를 발견한다. 형제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원수인 왜구를 살려주었다가 마을에서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모른다고 걱정하지만, 어린 쥬로에게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생각하며 쥬로를 죽이지 않고 살려준다. 쥬로가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왜구가 마을에 쳐들어오고 마을이 쑥대밭이 된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고 정신없이 도망치던 형제는 서로의 생사도 알지 못한 채 생이별을 하게 된다. 


몇 년 후 감동은 어느 지체 높은 집안에 의해 구해져 인수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된다. 어릴 적의 기억은 없지만 글도 읽을 줄 알고 학식도 어느 정도 있는 인수를 눈여겨 본 집안 어른은 인수에게 공부도 시켜주고 인수로 하여금 과거도 보게 한다. 그 집안에는 역시나 인수처럼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딸처럼 키워진 처녀가 있는데, 이 처녀가 인수를 좋게 본다. 이 처녀와 인수의 사랑 이야기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마동은 능소라는 이름으로 노비보다 천한 신분인 무자리로 살게 된다. 과거의 기억을 거의 다 잊어버린 감동과 달리, 마동은 아버지도 형도 옛날에 살았던 마을도 전부 기억하고 시도 때도 없이 그리워한다. 일정한 거주지도 직업도 없이 여기저기 떠돌며 살아가던 마동은 어느 절에서 머무르게 되는데, 이 절의 주지 스님이 아주 못된 인간이라서 성질 급한 마동은 자신의 신분을 잊고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게 된다. 급기야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죽이고 형의 생사도 모르게 만든 장본인인 왜구와 마주친다.


아직 도입부인데도 왜구 침략, 생이별, 목숨을 건 싸움 같은 큰 고비가 줄줄이 등장해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서로를 끔찍이 아끼던 두 형제가 생이별을 한 것도 짠한데, 형은 지체 높은 신분이 되어 비교적 편안하게 지내는 반면, 동생은 전보다 신분이 낮아져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마음이 아팠다(나는 마동이 편 ^^). 여말선초의 어지러운 정국 속에서 서로의 생사도 모른 채 헤어지고 만 두 형제가 앞으로 어떻게 이끌리고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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