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아는, 아무도 모르는
정미진 지음, 변영근 그림 / 엣눈북스(atnoonbooks)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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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미진의 신작 소설이다. 주인공 연우는 부모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외동딸이자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다. 어느 일요일 아침, 친구네 집에 놀러 간다고 집을 나섰다가 49일 동안 유괴되기 전까지는. 연우가 유괴범에게 잡혀 있는 동안 전국이 연우에 관한 소식으로 들썩였다. 누구나 연우의 이름과 얼굴을 알았지만, 아무도 연우가 어디에 있고 누구와 있는지는 몰랐다. 


49일 만에 연우가 돌아오자 부모와 경찰은 연우에게 49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범인은 누구이고 어떻게 생겼는지 묻는다. 하지만 연우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놀라서 오줌을 쌌고, 그 모습을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봤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뿐이다. 사건이 종결된 후에도 사람들은 연우를 보면 유괴당한 아이란 걸 기억해내고, 연우를 신경 쓰고 연우에게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우를 "고통스럽고 슬픈 아이"로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맞춰 "고통스럽고 슬픈" 척 연기하던 연우는 결국 부모와 함께 미국행을 택한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20년 후 연우가 한국에 돌아오면서 풀린다. 한국에 돌아온 연우는 사람들이 더 이상 20년 전의 유괴 사건을 기억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지도 못한다는 사실에 후련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과거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졌기 때문일까. 연우는 20년 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기억해내지 못했던 49일 동안의 일들을 조금씩 떠올리기 시작한다. 연우를 유괴한 한 남자와 또 다른 남자. 그리고 같은 시기 연우처럼 자취를 감추었던 소녀까지. 


소설은 20년 전 49일 동안 똑같이 자취를 감추었던 두 소녀 연우와 유신의 이야기를 자세히 다룬다. 어려서, 여자라서, 약자라서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던 이들은 20년 후 마침내 과거의 아픔을 마주 보고 앞날을 살아갈 용기를 낸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된 이들이 범죄 피해자라는 아픔에 머무르지 않고 더 즐겁게 씩씩하게 살기로 결심하는 대목이다. 세상의 모든 피해자들이 어둠 속에서 웅크려 있지 않고 밝은 곳에서 신나게 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나도 부디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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