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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누구씨
정미진 글, 김소라 그림 / 엣눈북스(atnoonbooks) / 2014년 2월
평점 :

몇 년 전 극장에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서 나는 눈물 콧물을 다 흘렸다. 특히 나를 울린 건 주인공 라일리의 상상 속 친구 '빙봉'이었다. 라일리는 어렸을 때 상상 속 친구인 빙봉에게 열광했지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빙봉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러나 빙봉은 라일리의 두뇌 속 기억 저장소 한구석에 있으면서 언젠가 라일리가 자신을 다시 떠올려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애처롭던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있잖아, 누구씨>는 빙봉처럼 누구에게나 한때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상상 속 친구에 대한 동화다. 아이는 부모의 이혼과 학대를 겪으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된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혼자일 때가 많은 아이는 어느 날 벽에 있는 작은 얼룩을 발견하고 '누구씨'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날 이후 아이는 누구씨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누구씨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누구씨와 모험을 떠나는 꿈을 꾼다. 누구씨는 아이가 가장 아끼는 형제이자 친구가 된다.
얼마 후 아이는 사람들에게 누구씨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상처받은 아이는 누구씨를 잊기로 한다. 다시는 아무에게도 누구씨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어른이 된다.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마음을 터놓을 친구조차 생기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에선 물건이 없어질 때마다 의심한다.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어른이 되면 사는 게 좀 쉬워질 줄 알았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세 번 마음이 짠했다. 첫 번째는 친구들한테 외면당하는 아이를 볼 때였고, 두 번째는 누구씨와 정답게 지내는 아이를 볼 때였고, 세 번째는 마침내 누구씨를 떠올린 (어른이 된) 아이를 볼 때였다. 비록 상상 속 친구이기는 해도 누구씨는 아이에게 소중한 존재였다. 그만큼 소중한 존재를 잊으려 했으니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가 더욱 힘들었을 터. 아이와 누구씨를 떼어 놓은 사람들이 밉기까지 했다(저렇게 좋아했는데).
나에게도 빙봉이나 누구씨 같은 존재가 있었을 것이다. 열광했던 만화, 표지가 닳도록 읽었던 책, 늘어지도록 들었던 테이프, 아니면 그전에 만나서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추억 속의 내 친구들. 이 책을 읽으니 그 친구들이 몹시 그리워진다. 만나고 싶어도 이제는 만날 수 없기에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