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 하루 일과로 보는 100만 년 시간 여행
그레그 제너 지음, 서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나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다시 보고 있다. 다시 보기 때문일까. 처음 볼 때는 줄거리를 쫓아가느라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를테면 가상이기는 해도 중세 유럽이 배경인 까닭에 등장인물들이 죄다 중세의 복식을 입고 있고 중세의 생활 습관을 따르는 것이다. 전구는커녕 전기도 없어서 밤이면 촛불 빛에 의지해 저녁 식사를 하고, 멀리 있는 사람에게 뭔가를 알리고 싶으면 전화나 전신 대신 봉화를 피우거나 북을 두드려 알리는 것이 그 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면 물론 가상의 시공간이 배경인 <왕좌의 게임>보다 이 책 한 권이 훨씬 낫다. 제목은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제목 그대로 현대인들의 소소한 일상에 얽힌 역사적 진실들을 파헤치는 책이다. 저자 그레그 제너는 영국의 대중 역사평론가로, 요크대학 졸업 후 박사가 되려는 계획을 포기하고 10년 동안 역사 다큐멘터리와 TV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 전념했으며, 영국의 공영 방송 BBC의 인기 프로그램 '무서운 역사' 시리즈의 자문을 하고 있다.


"우리가 오늘날 일상에서 누리는 모든 것은 수천 년 동안 만들어진 역사의 산물이다. 집 안만 둘러보아도 분명 최근의 물건인 듯 보이지만 놀랍게도 과거와 연결된 것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이 책을 현대인이 어느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일상적으로 겪을 일들의 역사와 유래를 밝히는 식으로 구성했다. 일어나 움직일 시간인 오전 9시 30분에는 시간과 시계의 역사를, 방광의 요구에 따라 화장실에 가는 시간인 오전 9시 45분에는 화장실에 관련된 온갖 것들의 역사를 알아보는 식이다. 


오전 10시는 아침 식사를 할 시간. 현대인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 달걀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달걀은 농작물보다 수천 년이나 먼저 인류가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석기 시대에 태국, 중국, 인도의 농부들이 멧닭을 가축화하기 전까지 인류는 닭의 둥지에서 훔친 알을 먹었을 것이다. 인류는 달걀 외에도 공작 알, 비둘기 알, 메추리알, 타조알 등을 먹었으며, 심지어는 악어 알과 거북 알도 먹었다. 달걀을 냄비에 베이컨과 같이 부쳐 먹는 일명 스크램블 에그는 중세 영국에서 가장 흔한 달걀 조리법이었다. 


오전 10시 45분. 아침을 먹고 나서 몸을 씻을 때는 어떻게 했을까. 4대 문명에 해당하는 인더스 문명과 나일 문명은 이미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몸을 씻고 저녁에는 전신 목욕을 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아테네와 로마는 도시 중심부에 거대한 공중목욕탕이 있고 그곳에서 사교의 대부분이 이루어질 만큼 목욕이 하나의 문화로서 기능했다. 반면 서양의 중세 기독교 문화는 목욕을 기피했고 육신의 때를 신성시했다. 심지어 영국인들은 16세기에도 목욕은 해로운 물질이 몸속으로 침투하게 돕는 위험한 행위로 여겼고, 엘리자베스 1세는 한 달에 한 번씩 목욕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일상의 모든 것에는 우리 선조가 여러 세대에 걸쳐 쓴 스토리가 딸려 있다." 저자의 말대로 현대인이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화장실에 가고 밥을 먹고 몸을 씻는 사소한 일들에도 무시할 수 없는 귀중한 역사가 담겨 있다. 아쉬운 점은 서양의 학자가 쓴 책이기 때문인지 서양의 역사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 동양,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선조들은 어떻게 생활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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