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결혼했을까 - 결혼을 인생의 무덤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애착의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유미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결혼을 해보진 않았지만 결혼 생활이 결코 낭만적이고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다는 사실은 잘 안다. 실패한 결혼, 불행한 결혼 사례도 적지 않게 봤고, 사랑 따위 진작에 없어졌는데 남들 눈을 의식해 혼인 관계만 유지하는 경우도 봤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지만 나라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오늘도 결혼보다 비혼 쪽에 마음이 기울어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자고 결혼했을까>의 원제는 '보통이라는 병 : 남편을 사랑할 수 없는 아내들'이다. 왜 아내들은 남편을 사랑할 수 없게 되었을까? 저자인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결국 모든 문제는 '애착'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애착이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유대감'을 뜻한다. 어렸을 때부터 주 양육자에게 충분한 보살핌을 받고 자라면 옥시토신 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어 안정된 애착 양상을 보인다. 반면 주 양육자의 보살핌과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자라면서 사랑을 빼앗기거나 상처받은 경험이 반복되면 애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불안정한 애착 양상을 보인다. 


애착 유형은 다시 회피형과 불안형으로 나뉜다. 회피형은 어느 누구와도 친밀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타입이다.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을 방어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과도 진정한 감정 교류를 하기 어렵다. 불안형은 상대방에게 지나칠 만큼 친밀한 관계를 요구한다. 가까운 사람과는 항상 붙어있고 싶어 하고, 상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하려 들며, 조금이라도 자신을 소홀히 하는 느낌이 들면 불같이 화를 낸다. 


요컨대 애착은 안정형과 불안정형, 회피형과 불안형이라는 두 가지 척도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네 가지 척도에 해당하며, 안정된 애착 양상을 보이는 사람도 회피형 또는 불안형으로 구분된다. 저자는 남편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아내, 평소엔 얌전한데 화만 나면 남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내, 남편보다 못한 조건의 애인에게 빠져드는 아내 등 남편을 사랑할 수 없게 된 아내들의 사례 21가지를 제시하며, 사례에 등장하는 남편과 아내가 각각 어떤 애착 유형에 해당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애착 외에도 부부 관계를 좌우하는 요인은 더 있다. 예민한 여자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 너그러워지는 것은 성격이 변한 게 아니라 여성 호르몬의 영향이다. 부부간의 원활한 소통과 출산, 수유, 육아 등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여성 호르몬이 분비되고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출되면 감정이 누그러지고 성격이 온화해진다. 문제는 모유 수유가 끝나고 남편과의 성관계가 줄고 갱년기에 접어들면 여성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고 성격이 다시 예민하고 혹독해진다는 것이다. 이때는 여성 호르몬의 분비를 원활히 하는 약물 또는 남편과의 소통과 애정 회복을 통해 부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데 장애가 된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속박을 거부하는 개인주의는 경제를 우선시하고 경쟁이 팽배한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이다. 타인을 친구나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간주하도록 학습된 사람들이 결혼을 했다고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저자는 배우자가 자유를 추구하고 구속을 거부한다면 배우자를 바꾸려 노력하지 말고 느슨하게 결혼 생활을 유지하거나 이혼을 하라고 조언한다. 


"사랑의 형태는 한 가지가 아니다. ... 영원한 사랑이라든가 변치 않는 결혼이라는 하나의 사랑 형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비혼, 만혼, 이혼, 재혼, 어느 것이나 저마다 의미가 있다."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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