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그대에게 1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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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그대에게>는 최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목소리의 형태>의 원작을 그린 오이마 요시토키가 2016년부터 현재까지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다. <목소리의 형태>의 원작을 그린 작가의 최신작이라고 해서 <목소리의 형태>처럼 서정적인 현재물을 기대했는데, 웬걸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판타지물이다. 어딘가 <목소리의 형태>와 닮은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것이 뭔지는 차차 밝히기로 한다. 


이야기는 '나'로 지칭되는 존재에 의해 지상에 '구체(球體)' 하나가 던져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것은 단순한 구체가 아니라 온갖 것들의 모습을 본뜨고 변화할 수 있는 구체. 처음에 그것은 돌이었다가 이끼가 되었고, 래시 늑대 한 마리를 만나서는 늑대의 모습이 되었다. 늑대는 또다시 외로운 소년을 만나 소년의 모습이 되었다. 그야말로 이 존재로부터 저 존재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멸'의 존재. 이야기는 이 불멸의 존재를 따라 이 세상의 이곳저곳을 누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불멸의 그대에게> 1권에는 폐허가 된 마을에서 혼자서 생활하고 있는 소년과 마을의 관습에 따라 제물로 바쳐질 위험에 처한 소녀 마치의 이야기가 나온다. 대화를 나눌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늑대를 상대로 혼잣말을 계속하는 소년과, 계속 살아서 어른이 되고 싶은데 말이 통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 때문에 고생하는 소녀 마치의 모습에서 <목소리의 형태>에 나오는 쇼야와 쇼코의 모습을 떠올린 것은 우연일까. 특히 눈앞에 살아 있는 마치의 목숨보다 보이지 않고 전해져 내려올 뿐인 관습을 중시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고통을 절실하게 느꼈다.


<목소리의 형태>와 <불멸의 그대에게>를 이어서 보니 오이마 요시토키는 작품을 통해 소통할 수 없거나 소통하지 못하는 고통을 계속 그려나갈 모양이다. <목소리의 형태>를 통해 오이마 요시토키가 그려내는 세계에 반한 사람으로서 <불멸의 그대에게> 또한 끝까지 지켜보고 싶다. 늑대가 되고 소년이 되었던 구체는 이제 또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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