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 중세에서 근대의 별을 본 사람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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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유럽의 중세 역사를 잘 모른다. 유럽의 고대나 근대에 비해 중세에 대한 관심이 덜했던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십자군 전쟁, 흑사병, 마녀재판 같은 끔찍한 사건들이 생각났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교황의 권위와 교회의 부패, 면죄부 판매도 떠올랐다. 내게 유럽의 중세란 이성보다 신앙, 능력보다 신분이 중시되었던 암흑의 시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유럽의 중세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책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가 참 반가웠다. 저자 주경철은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항해 시대>, <문명과 바다>, <문화로 읽는 세계사> 등 저술 활동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에도 힘써 왔다. 이 책은 2016년 네이버 '파워라이터 ON'에 연재한 글을 엮은 것으로, 업로드 당일에 4~5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독자들의 커다란 호응과 찬사를 받았다.


많은 역사서가 시대순 또는 국가별로 진행되는 구성 방식을 따르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인물에 주목한다. 잔 다르크, 부르고뉴 공작들, 카를 5세, 헨리 8세, 콜럼버스, 코르테스와 말린체,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터 같은 인물들의 생애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중세 유럽의 풍경이 그려지고 유럽의 중세 역사가 정리된다. 


잔 다르크에 대해서는 어린 소녀가 위험에 처한 프랑스를 구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밖에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당시 프랑스가 잉글랜드와 부르고뉴 공국과의 경쟁에 밀려 잔 다르크 같은 소녀의 힘을 빌려야 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잔 다르크가 천사로부터 프랑스 왕을 구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은 '팩트 체크' 할 수 없지만, 잔 다르크가 지고 있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오히려 마녀로 몰리고 화형을 당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르고뉴 공국이 프랑스, 잉글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큰 세력이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프랑스 왕의 방계 혈족이 지배했던 부르고뉴 공국은 점차 영토와 세력을 키워 나중에는 군신 관계인 프랑스를 위협할 만큼 커졌다. 잔 다르크의 활약으로 프랑스가 백 년 전쟁에 승리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부르고뉴 공국을 계승하는 제3의 국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영국 헨리 8세 파트도 재미있다. 헨리 8세는 왕비를 여섯 명이나 들였고 그중 두 명과는 이혼하고 두 명은 참수한 악부(惡夫)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악행이 영국을 교황의 지배하에서 벗어나게 하는 결과를 낳았고 그전까지 약했던 왕권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니 놀라웠다. 콜럼버스, 코르테스와 말린체,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터의 생애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나와 있고 이들의 명(明)과 암(暗)을 두루 다룬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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