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71일 히치하이킹
강은경 지음 / 어떤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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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 '작은 섬나라'라고 해서 제주도와 비슷한 줄 알았는데 면적은 남한과 비슷하고 인구는 제주도 인구의 절반도 안 된다고 한다. 얼마나 한적할까. 얼마나 여유로울까. 짐작한 대로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에서 행복지수 1위, 평균수명 1위를 자랑하고,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손꼽힌다. 뿐만 아니라 국민 열 명 중 한 명은 작가, 여섯 명 이상은 음악가이다. 1955년에는 할도르 락스네스가 아이슬란드인으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라면 아이슬란드에 반할 만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단 한 번의 실패도 용인되지 않는 한국과 달리 아이슬란드에선 실패가 낙인이 되지 않고 오히려 실패자를 찬양한다. 이 점에 혹해 아이슬란드 여행을 결심한 사람이 있다.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의 저자 강은경이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30년 넘게 신춘문예에 도전한 저자는 어느 날 노안이 온 걸 깨닫고 신춘문예를 포기했다. 글을 쓰는 동안 제대로 된 직업도 가지지 않았고 결혼도 사랑도 실패했다. 이제 평생의 꿈인 신춘문예까지 포기했으니 '내 인생은 실패했다'는 좌절감이 밀려들었다. 


그러다 저자는 우연히 에릭 와이너의 <행복의 지도>라는 책을 읽고 아이슬란드가 실패에 관대한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찬양받아 마땅한 '인생 실패자'로서 아이슬란드에 꼭 가보고 싶었다. 그때부터 저자는 '아이슬란드 여행'이라는 새로운 꿈에 도전했다. 아이슬란드에 관한 책을 읽고, 아이슬란드 출신 뮤지션의 음악을 들었다. 한옥 짓기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보험까지 깨면서 여행 자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돈이 300만 원.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에서 히치하이킹과 야영만으로 두 달여를 보내는 가혹한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당신 실패한 사람 맞아요?" 

"네?" 

"당신은 쓰고 싶은 글 쓰며 살았잖아요. 그랬으면 됐지, 왜 실패자라는 거죠? 지금 여기에 앉아 있는 당신이 인생을 다 실패했다니, 난 당신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당신에겐 사는 게 뭐죠?" (454쪽) 


아이슬란드가 실패에 관대하다 못해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라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한국에선 가족조차 저자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숨겼지만, 아이슬란드에선 이혼이 드문 일이 아니었고 오히려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며 칭찬을 받았다. 어떤 할머니는 저자가 왜 자신을 실패한 사람이라고 규정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쓰고 싶은 글 실컷 썼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도 해봤고, 아이를 셋이나 가졌고,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여행도 다니는데 '인생을 다 실패했다'고 말하는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할머니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아서 친구들에게도 들려줬다. 얼마 전 애인과 헤어진 친구,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 좌절한 친구. 너희들 모두 실패하지 않았다고. 그 무엇도 인생을 포기하거나 스스로를 실패자로 규정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할머니의 말을 나 자신에게도 들려줬다. 나 역시 저자처럼 글을 쓰고 공부하며 돈과 명예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맘껏 하고 있으니 실패한 건 아니라고. 그러다 정말 아무 것도 안 되면 저자처럼 아이슬란드로 훌쩍 떠나야겠다고. 나도 저자처럼 전보다 더 단단해져서 돌아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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