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씨의 간단요리 3
쿠스미 마사유키 지음, 미즈사와 에츠코 그림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당연한 말이지만, 밥을 해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밥만 해 먹는 게 아니다. 시장에서 재료를 사 와서 재료를 씻고 다듬어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여야 한다. 밥만 해도 전기밥솥이 다 해주지 않는다. 쌀독에서 쌀을 푸고 쌀을 씻고 충분히 불린 다음 적당량의 물을 넣고 밥솥에 넣는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전기밥솥이 밥을 해준다. 식사가 끝나면 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그릇에 남아 있는 물기를 닦고 부엌을 청소해야 한다. 이래도 밥해 먹는 일이 쉬운가, 안 쉬운가. 


자칭 타칭 게으른 주부 하나 씨가 끼니 때마다 밥해 먹기 싫어 몸부림치는 것도 이해해 줘야 한다. 게다가 하나 씨는 하나뿐인 식구이자 사랑하는 남편 고로 씨가 단신 부임 중인 관계로 신혼인데도 독수공방하는 신세가 아닌가. 남편이 집에 자주 안 들어온다는 핑계로 청소도 빨래도 게을리하지만 끼니 때마다 밥은 꼬박꼬박 챙겨 먹는 하나 씨의 이야기는 <하나 씨의 간단 요리> 3권에서 이어진다.


표지만 보고 그 사이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나 했더니 그건 아니다. 여전히 긴 머리를 고수하는 하나 씨는 여전히 게으르지만 먹을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3권에 나오는 음식은 모두 30여 가지. 유잘리 바질 페페론치노에 고로 씨가 먹다 남긴 와인을 곁들이고, 이웃이 가져다준 다진 전갱이 된장 버무림을 흰쌀밥에 올려 먹고, 가볍게 데친 파스타에 오차즈케에 넣어 먹는 김가루를 뿌려 먹는 등 혼자 사는 여자의 식단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메뉴가 화려하다. 화려하지만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특히 바질 소스를 끼얹은 페페론치노와 오차즈케용 김가루를 뿌린 파스타는 만드는 법이 간단해서 나도 만들어볼까 한다.


<하나 씨의 간단 요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하나 씨가 선보이는 화려한 액션과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아재 개그'다. 평소엔 귀찮아서 꼼짝도 하기 싫어하는 하나 씨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어쩌면 그리 온몸을 화려하게 뒤 트는지. 싱거운 말장난도 귀여운 하나 씨의 입에서 나온다면 오케이다. 말로는 귀찮다, 귀찮다 하면서 끼니 때를 거르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하나 씨야말로 이 시대의 모든 혼밥족들의 모범이 아닐까. 밥해 먹는 일이 아무리 어려워도, 혼자서 먹는 밥이 아무리 헛헛해도 내 삶의 소중한 한 끼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을 하나 씨를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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