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여 들어다오 2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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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한국 대중가요를 멀리하다가 요즘 들어 트와이스, 아이오아이 같은 여자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듣고 있다. 들어보면 가창력도 좋고 편곡도 세련되고 멜로디도 귀에 쏙쏙 박히는데 노랫말이 걸린다. 여자는 쉽게 마음을 주면 안 된다느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느니, 대체 어느 시대의 여성상인지. 대중은 21세기에 사는데 작사가만 19세기에 사나 싶다. 


이런 답답한 노랫말을 듣다가 <파도여 들어다오>를 읽으니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 말투도 행동거지도 꾸밈없고 털털한 주인공 코다 미나레는 현실에서 만화 속으로 걸어 들어간 인간 같고, 예전 남자친구의 연락을 받고 갈등하면서도 예전 남자친구가 본색을 드러내자 주저하지 않고 복수(!)를 감행하는 모습은 현실의 여성들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끈하고 개운했다. 이러니 내가 '걸 크러시'를 안 당하고 배길 수가 있나.


<파도여 들어다오>는 <무한의 주인>을 그린 사무라 히로아키의 최신 화제작이다. 이야기는 홋카이도의 어느 카레집 점원 코다 미나레가 술에 취해 떠벌린 실연 토크를 지역 라디오 방송국 PD가 생방송으로 내보내면서 시작된다. 격노한 미나레는 라디오 방송국으로 쳐들어가 PD에게 따지는데, PD는 오히려 '네 이름으로 방송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하며 미나레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마침 직장도 잃고 집에서도 쫓겨나 갈 곳이 없어진 미나레는 제의를 받아들이고, 스폰서가 없는 대신 만드는 사람의 재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전대미문의 라디오 드라마 <파도여 들어다오>에 참가하기로 정한다.


1권에서만 해도 카레집 점원으로 평온한 삶을 이어갈지, 라디오 DJ가 돼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들일지 고민하던 미나레는 2권에서 드디어 라디오 DJ 일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직장도 없고 애인도 없는 미나레로선 다른 선택지가 없기도 하지만, 그동안 꿈도 없고 목표도 없이 되는 대로 살아오다가 처음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란 게 생겼으니 다행한 일이다. 이 만화의 관전 포인트는 미나레의 '큰 도전'이 미나레를 발탁한 라디오 PD 마토 카네츠쿠에게는 '더 큰 계획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 대체 마토는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 걸까? 미나레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걸까? 미나레에게 걸 크러시 당한 나로선 미나레가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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