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잠든 숲 2 스토리콜렉터 5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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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을 낼 때마다 찾아주는 독자가 있다는 건 작가에게 행복한 일이지만, 신간이 나오길 기다리고 신간이 나오면 어김없이 읽게 되는 작가가 있다는 건 독자로서도 기쁜 일이다. 내게는 넬레 노이하우스가 그런 작가다. 몇 년 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읽고 팬이 된 나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속한 '타우누스' 시리즈를 전부 읽었을 뿐 아니라 넬레 노이하우스의 다른 작품도 거의 다 읽었다.


그러니 타우누스 시리즈 제8부 <여우가 잠든 숲>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여우가 잠든 숲>에는 타우누스 시리즈 팬이라면 아쉬워할 만한 소식이 나온다. 타우누스 지방 경찰청 강력반 반장이자 피아 형사의 든든한 파트너인 보덴슈타인이 어린 딸 소피아를 돌보기 위해 휴식기를 가지기로 한 것이다. 육아도 육아지만 그동안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리며 심신 모두 지쳐 있던 보덴슈타인으로서는 휴식이 간절한 상태. 그런 보덴슈타인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타우누스 시리즈 사상 보덴슈타인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시작은 어느 날 새벽 타우누스 지역 인근 숲 속 캠핑장에서 발생한 화재다. 단순 화재인 줄 알고 출동해 보니 불탄 캠핑카 안에 한 남자의 시체가 있다.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남자의 신원을 알아내기 위해 근처에 사는 이웃들을 찾아가는데, 이들이 만난 할머니와 마을 신부가 연속으로 살해되자 피아는 보기보다 심각한 사건임을 감지한다. 


한편 보덴슈타인은 살해된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잘 아는 이웃들이고 42년 전 발생한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인다. 42년 전 열두 살 남짓한 소년이었던 보덴슈타인에게는 아르투어라는 단짝 친구와 막시라는 애완여우가 있었다. 아르투어의 부모가 소련에서 망명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 모두 아르투어의 가족을 알게 모르게 따돌렸지만, 보덴슈타인만은 아르투어를 차별하지 않고 더욱 친하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르투어와 막시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가장 소중한 존재 둘을 한꺼번에 잃은 보덴슈타인은 그때부터 마음의 문을 닫고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보덴슈타인이 겪은 트라우마는 지방 중소도시인 타우누스의 지리적, 문화적 배경에 기인한다. 장원 제도의 전통이 남아 있고 인구의 유출입이 적은 이곳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작가는 그린)다. 타우누스의 주민들은 이웃에서 벌어지는 학대와 폭력을 알면서 쉬쉬하고, 타지에서 온 사람을 따뜻하게 맞이하기는커녕 배척하며 자신들의 유대를 강화한다. 그 과정에서 보덴슈타인 같은 어린아이와 여성, 외부인 등 약자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은 그네들의 '전통'이요, '관습'이다. 


화재에서 비롯된 연쇄 살인 사건이 42년 전 미해결된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알고 흥분하는 보덴슈타인을 보며, 피아는 피아대로 보덴슈타인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사건에 너무 깊이 몰입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이제까지 사건에 지나칠 정도로 빠져드는 것은 대체로 피아였고 그런 피아를 제지하는 것이 보덴슈타인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역할이 전환된 셈이다. 보덴슈타인의 빈자리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강하게 성장한 피아의 활약을 계속 보고 싶은데, 과연 피아가 보덴슈타인에게 한 것만큼 피아를 잘 보좌해줄 후임이 나타날지. 타우누스 시리즈가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데 앞으로 계속 볼 수 있을지. 행복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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