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여 들어다오 1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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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어떤 이야기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아는 것이라고는 사무라 히로아키가 <무한의 주인>을 그린 작가라는 것. <무한의 주인>이 어떤 만화인가.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기무라 타쿠야, 스기사키 하나, 후쿠시 소타, 이치카와 에비조 등 일본의 인기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영화 <무한의 주인>의 원작이다. 


영화 <무한의 주인>을 알기에 <파도여 들어다오> 또한 진지한 시대물이 아닐까 짐작했으나, 막상 읽자 시대물이 아닌 건 확실한데 장르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액션과 순정, 공포와 코미디, 감동과 스릴러가 믹스된 펑키 아방가르드 직업 활극? (뭐라니-_-;;) 아무튼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나는 굉장한 만화를 읽어버렸다! 


홋카이도의 인기 카레집 '보이저'의 점원 코다 미나레는 지각에 실수까지 연발해 조만간 해고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어느 날 미나레는 매장 안에 켜놓은 라디오에서 자신의 실연담이 흘러나오는 것을 알고 경악한다. 알고 보니 지난밤 미나레가 술집에서 함께 술을 마신 상대가 라디오 PD였고, 술이 잔뜩 취한 미나레가 들려준 실연담을 라디오 PD가 녹음해 방송에 내보낸 것이었다. 화가 난 미나레는 라디오 PD를 찾아가 따지고, 문제의 라디오 PD는 미나레에게 사과는커녕 놀라운 제안을 한다. "미나레, 혹시 네 이름을 걸고 방송해볼 생각은 없나?" 


돈 없고 애인 없고 졸지에 일자리에 집까지 잃은 미나레는 라디오 PD의 제안이 달가우면서도 부담스럽다. 카레집 점원으로 사는 삶에 만족했기에 갑작스러운 유명세가 불편하고, 방송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진행자가 되겠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에 잘 할 자신이 없다. 마침 카레집 사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미나레가 일손을 거들게 되고, 동료인 남자 직원이 미나레에게 좋아한다는 고백까지 해오자 미나레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줄거리만 보면 카레집 점원이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신데렐라 스토리쯤으로 보이지만, 사무라 히로아키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앞으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미나레를 발탁한 라디오 PD 마토 카네츠구의 음험한 외모(!)와 캐릭터를 볼 때, 앞으로 그가 무슨 생각으로 미나레를 발탁했고 미나레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 같다. 


그 밖의 등장인물과 양념처럼 등장하는 개그와 짤막한 에피소드도 매력이 넘친다. 개성이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카리스마 넘치는 미나레와 마토의 캐릭터를 중화하고, 기발하고 센스 넘치는 유머가 미스터리어스하다 못해 스릴 넘치는 작품 전반 분위기에 숨 쉴 틈을 준다. 그동안 제법 다양한 만화를 읽어왔다고 자부하건만 이렇게 특이하고도 특별한 만화가 있을 줄이야. 미나레의 목소리가 마토의 마음에 가닿은 것처럼, 이 만화의 매력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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