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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행성 여행자들을 위한 안내서 - 쇼핑부터 인공지능까지, 우리 삶을 움직이는 알고리즘에 관한 모든 것
제바스티안 슈틸러 지음, 김세나 옮김, 김택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 프란츠 카프카의 말이다. 이 말을 받들어 나는 평소 관심 없는 주제에 관한 책도 읽으려고 노력한다.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저자의 주장에 백 퍼센트 동감하지 않아도, 내가 가진 지식이 얼마나 협소하고 세상에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독서 체험이다.
독일의 응용수학자 제바스티안 슈틸러가 쓴 <알고리즘 행성 여행자들을 위한 안내서>를 읽으며 나는 도끼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도끼가 머리를 강타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알고리즘의 정의조차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내가 알고리즘의 의미와 기능, 한계를 설명하는 이 책을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다행히 이 책은 나처럼 알고리즘에 문외한이고 문과 감성이 넘치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사례와 문학적인 수사가 넘친다.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의 행성을 일주일 동안 여행하는 방식을 취한 것만 봐도 그렇다.
알고리즘을 컴퓨터 언어와 동일한 의미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컴퓨터 성능이 향상되면서 알고리즘 또한 전에 비해 급속히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알고리즘은 컴퓨터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존재했고 컴퓨터 언어 이상의 사고 체계를 포함한다. 저자에 따르면 알고리즘은 '당신이 뭔가를 깊이 생각할 때 그걸 어떻게 깊이 생각할 것인가 하는 방법'을 뜻한다. 복잡해 보이는 현상에서 일정한 규칙을 발견하고자 하는 과학적 사고방식이 알고리즘의 바탕을 이룬다.
알고리즘은 도서관 정리나 옷장 정리 같은 일상적인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책장에 책을 정리하는 방법만 해도 책을 전부 책장 앞바닥에 놓고 첫 번째 책부터 하나씩 채우는 방법, 책을 전부 책장에 꽂은 다음 제일 뒤쪽에 있는 책부터 옆에 있는 책과 비교해 순서를 바꿔 꽂는 방법, 알파벳 순서대로 꽂는 방법, 크기대로 꽂는 방법, 듀이 십진분류법에 따라 꽂는 방법 등 다양하다. 옷장 역시 상의와 하의가 각각 5벌씩 있다고 하면 총 25개의 조합이 가능하고, 여기에 신발, 양말이 각각 2개씩 있다고 하면 100개의 조합이 나온다. '오늘 뭐 입지?'라는 질문에 대해 쉽게 답을 떠올리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다빈치에게는 자연 탐구와 예술이 똑같았다. ... 그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필사본과 코덱스를 샅샅이 살펴보면, 이 세계를 바라보는 그만의 매력적인 방식을 알 수 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무언가 정적인 것을 그대로 모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이 생성된 바로 그 원리를 이해하고 싶어 했다. 그 원리를 이해하면, 그림도 가장 잘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281쪽)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알고리즘이라는 용어를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알고리즘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나무 하나를 그릴 때에도 눈에 보이는 나무를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 그리기를 하나의 '문제'로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았다. 나무가 어떻게 가지를 뻗고, 하나의 가지가 굵기가 서로 다른 가지로 나뉘는지 그 원리를 이해하고 캔버스 위에 드러내고자 했다.
알고리즘은 길이 없는 지도 위에 길을 만드는 것과 같다. 무언가를 어떻게 고민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은 지금처럼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시대에 반드시 몸에 익혀야 할 자세다. 저자는 '무언가를 어떻게 숙고해야 하는지를 숙고해보는 것은 자기 사고가 배양되는 과정, 즉 성숙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인간 대신 사고하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 책을 만나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