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게임 소장판 2
아다치 미츠루 지음,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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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 미츠루의 대표작 하면 보통 <터치>와 <H2>가 많이 거론된다. 실제로 두 작품 모두 대중적 인기나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는 평이다. 아다치 미츠루 또한 <터치>와 <H2>의 대성공 이후 이들을 뛰어넘는 작품을 선보이지 못 했다. 2005년 <터치>와 <H2>를 잇는 장편 야구 만화 <크로스 게임>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크로스 게임>은 '아다치 미츠루표 야구 만화'다운 흔적이 많이 보인다. 아다치 미츠루 하면 떠오르는 비슷비슷한 그림체를 차치하더라도(^^), 본격 야구 만화의 틀을 갖추고 있는 듯 보이면서 청춘 러브 스토리가 큰 줄기를 이룬다는 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미성숙한 남자 주인공이 야구에 몰입하고 첫사랑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점,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는 점 등이 그렇다. 특히 남자 주인공 코우가 와카바, 아오바 자매와 삼각관계라는 설정은 <터치>에서 타츠야, 카즈야 형제가 미나미와 삼각관계였던 것을 성별만 역전시킨 것으로 보이고, 형제 또는 자매 중 한쪽의 죽음으로 인해 셋의 관계가 바뀐다는 것도 <터치>를 연상케 한다. 히로인에 비해 미성숙한 느낌이 폴폴 나는 남자 주인공이 뒤늦게 야구에 빠지고 사랑을 깨닫는다는 점은 <H2>를 떠올리게 한다. 


<크로스 게임>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히로인 아오바가 야구부원이라는 점이다. <터치>와 <H2>의 히로인들은 야구를 좋아해도 기껏해야 야구부 매니저가 되거나 스포츠 기자를 꿈꿀 뿐 직접 야구를 하지는 않았다. 아오바는 다르다. 직접 야구를 할 뿐 아니라 남자 선수를 능가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아오바의 실력도 상당한데 언니 와카바는 훨씬 실력이 뛰어났다니 대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크로스 게임>은 <H2>와 달리 원색적인 그림이 드문 점도 마음에 든다. 아마도 <H2>에서 <크로스 게임>으로 이어지는 동안 일본 사회의 분위기가 차분해지고 교육 친화적으로 바뀌면서 남성 독자들을 자극하는 히로인들의 '서비스 컷'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여성 독자인 나는 한결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만화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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