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2
신카이 마코토 지음, 코토네 란마루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애정하는 팟캐스트 '교보문고 낭만서점'에서 최근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 <너의 이름은>의 소설 버전을 다뤘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영화의 감동에 푹 젖어 있었는데 마침 <너의 이름은> 관련 서적이 세 권이나 곁으로 왔다. 먼저 집어 든 것은 만화 <너의 이름은> 2권이다. 1권을 읽고 나서 영화관을 찾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 전의 일이다. 일본에서 워낙 화제를 모은 작품이라서 흥행이 될 줄은 알았지만 누적 관객 수 361만 명(2월 24일 현재)을 넘길 만큼 대히트를 칠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다. 


만화 <너의 이름은> 2권은 서로의 몸이 바뀌는 현상이 꿈이 아니라 실제임을 깨달은 시골 소녀 미츠하와 도시 소년 타키가 오랫동안 몸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학교에 가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버지와 단둘이 식사를 하는, 예전과 똑같은 생활이 이어지지만 타키의 마음은 예전 같지 않다. 미츠하가 타키였고, 타키가 미츠하였던 시간들이 잊히지 않는다. 결국 타키는 미츠하가 사는 마을을 추측해 그림으로 그리는 데 성공하고, 그림 속 마을을 찾아 도쿄에서 기차로 5시간 반 거리에 있는 히다로 떠난다. 


어렵게 히다를 찾아간 타키는 우연히 들른 라멘집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 속 마을의 이름이 '이토모리'이고 3년 전 혜성의 충돌 사고로 인해 마을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타키가 아는 미츠하 역시 이 사고로 죽었다는 것도. 충격을 받은 타키는 자신이 그동안 체험한 현상의 정체가 무엇인지 답을 구하지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과 두 번 다시 미츠하를 만날 수 없다는 것. 좌절한 타키의 눈에 문득 자신의 팔목에 묶인 실매듭이 들어온다. 대체 이건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받았을까. 


만화 <너의 이름은> 1권을 읽고 나서 영화를 봤을 때도 좋았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만화 <너의 이름은> 2권을 읽으니 역시 좋다. 줄거리도 결말도 다 알지만 만화에는 영화에 생략된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포함되어 있어 감동이 배가 된다. 가령 타키가 스마트폰으로 미츠하가 남긴 메모를 보다가 '나 처음에는 네가 마냥 부러웠지만 네게도 힘든 일이 많다는 걸 몸이 바뀌어온 동안 알게 됐어'라는 문장에 시선이 멈추는 장면이 있다. 시골 생활에 지친 나머지 도시에서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미츠하가 도시 생활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 장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겉보기엔 멀쩡해도 남모르는 외로움을 안고 있던 소년 타키로서는 미츠하가 처음으로 자신의 내면을 이해해줬다는 느낌을 받은 때가 아니었을까. 


코토네 란마루의 작화는 아름답지만 연출은 만화라는 매체의 한계가 보인다. 영화의 전반부 하이라이트는 3년 전 사고를 알게 된 타키가 미츠하를 구하기 위해 미츠하가 만든 '구치카미사케'를 마시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부분인데,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환상적인 영상으로 매끄럽게 연출된 반면, 만화에서는 모노톤의 그림으로 간략하게 묘사되어 있다(신카이 마코토가 소설 <너의 이름은> 후기에서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형태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이유를 알 만하다). 영화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인 음악이 없는 점도 아쉬웠다. RADWIMPS 음악을 틀어놓고 다시 만화를 본다면 애니메이션의 감동이 재현될지도 모르겠다(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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