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조작의 비밀 - 어떻게 마음을 지배하고 행동을 설계하는가
오카다 다카시 지음, 황선종 옮김 / 어크로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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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0대 유망주로 꼽히던 일본 여배우가 종교 생활에 전념하기 위해 은퇴를 선언했다. 잘 나가던 그녀가 돌연 종교에 빠져든 이유는 뭘까. 일본 정신의학계의 권위자 오카다 다카시의 책 <심리 조작의 비밀>을 읽으며 그 이유를 찾았다. 


저자에 따르면 종교에 빠지고, 불법 다단계에 들어가고, 테러리스트가 되는 사람들 대부분은 겉보기에 아주 멀쩡하다.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명문대를 졸업하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의 공통점은 학력이나 경제력에 있지 않다. 이들의 공통점 첫 번째는 사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거나 자기만의 정체성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적으로 뛰어나고 물적으로 풍족해도 살아가는 데 고통을 느끼거나 소속 집단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으면 현재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마음을 먹는 것이 당연하다. 


공통점 두 번째는 '터널'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소규모 집단이나 작은 팀에 속한 채로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한다. 이들의 시야에는 다른 선택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딱히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학교에서 왕따에 가담하거나 신입생을 괴롭히거나 군대에서 폭언이나 폭력을 일삼는 것은 같은 이유다. 


컬트 종교에 빠지지 않더라도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할 수 없다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심리가 조작되어 살아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뒤집어 말하자면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떤 인격을 만들어왔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심리를 조작 당하기 쉬우냐 아니냐가 결정된다. (78쪽)


앞서 언급한 일본 여배우는 연예계라는 경쟁이 매우 치열한 세계에 속해 있었다. 갓 데뷔한 신인 여배우로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는커녕 연예계에서 탄탄한 자리조차 확보하지 못 했다. 설상가상 그녀의 소속사는 수면 시간을 3시간 이하로 제한하고 한 달 내내 휴일을 주지 않았다. 그녀가 열심히 일한 결과 인기가 상승해도 보너스는커녕 급료 인상도 없었다. 가정불화로 인해 의지할 대상도 없었고, 연예계에서 일하다 보니 친구나 애인도 마음대로 사귈 수 없었다. 요컨대 치열한 경쟁과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 협소한 인간관계까지 종교에 빠질 조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심리 조작에 걸려들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외부와 접촉하며 끊임없이 다른 활동을 병행하라고 조언한다. "딴짓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거나 돌림길을 가는 듯이 보여도 결국은 그것이 지름길이 된다." 한정된 정보만 접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과잉된 정보에 노출되는 것도 위험하다. TV, 인터넷, SNS 등을 통해 과잉된 정보에 노출되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과중한 학업과 업무의 압박도 심리 조작에 걸릴 가능성을 높인다. '일만 하고 놀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라는 서양 속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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